“고객사에서 또 자동차 램프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흡습제가 필요하다고 요청해 왔습니다. 테스트 결과를 되짚어보고 흡습제 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강구해 봅시다.”
자동차 램프용 흡습제 전문기업 '데시칸' 기업부설연구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연구원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려온다. 송시용 본부장과 형신종 수석연구원이 새로운 흡습제 개발을 위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회의는 한시간 넘게 지속됐다. 이들은 때로 생산 분야 및 제품 검수 분야 직원도 불러 질문을 하고 답을 들었다. 나중에 송 본부장은 이런 회의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사실 중소기업이 연구개발에 투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만한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중소기업 연구개발 투자 증가율은 11.9%에 달했지만 이후 2017년까지 5년 동안 4.2%로 크게 줄었다. 중소기업 한 곳당 평균 연구개발 투자액수도 2007년 6억3000만원 정도에서 2017년에는 3억4000만원으로 감소했다.
데시칸은 매출액 상당부분을 연구개발에 투입해 온 기업이다.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의 6.2%를 연구개발비로 쏟아 부었다. 하지만 늘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연구개발을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경험'이었다. 이를 느낀 데시칸은 지난 6월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송시용 박사를 연구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공공연 연구인력 파견지원 사업'을 활용했다.
김종협 데시칸 회장은 “연구개발에 지속 투자하고 인재 확보 노력을 기울여 온 가운데 송 박사를 알게 됐다”면서 “송 박사 영입을 계기로 회사의 연구개발 능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송 박사는 젊은 직원에게 경험과 지식을 공유해줄 수 있는 어드바이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흡족해 했다.
송 본부장은 화학연 신뢰성평가센터에서 30여년을 근무해 온 베테랑이다. 그의 오랜 경험은 데시칸이 사업을 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진행하는데 큰 힘이 됐다. 최근 동남아 지역의 한 지사가 영업에 필요한 공인시험을 치러야 했는데, 이에 발빠르게 대처해 대외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는데 그의 경험이 결정적인 도움이 되기도 했다.
젊은 연구원에게 아이디어 창출을 위한 체계적인 접근 방법을 전수해 깊이 있는 연구개발 시각을 보유하도록 한 것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새로운 흡습제 개발 과정에서도 이론적 배경을 제공해 흡습율 제고, 장기간 지속성, 최소 방출율 등 기능 개선에 필요한 논리를 마련해 준 것도 그였다.
최윤식 상무는 “생산이나 품질 개선에는 우리도 나름대로 많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송 본부장은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경험과 노하우로 직원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 회사가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추진하는 신제품 개발에서도 송 본부장의 역할이 크다. 세계 추세에 발맞춰 흡습기술에 통기기술을 결합한 융합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그는 근간이 되는 원천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기존 제품이 온도와 습도에 치중한 제어기술을 활용했다면 최근의 세계 추세는 여기에 압력차에 기반을 둔 통기 기술을 개발해 더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뒷받침할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해 향후 도래할 전기 자동차 시대에 데시칸이 강소기업으로서 글로벌 무대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충청=강우성기자 kws924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