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종기원, 반도체 소재 R&D용 테스트베드 구축 시동…추경 포함 450억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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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퍼. <사진=SEMI 코리아>

대전 나노종합기술원(나노팹)이 12인치 반도체 테스트베드 구축에 돌입했다.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등 소재 위주 연구 설비를 갖추고 차근차근 규모를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내 칩 제조업체 기술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국내 소재 업계가 실증 연구개발(R&D) 기회를 늘리면서 핵심 소재 국산화에 속도를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전 나노종합기술원은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R&D 지원 추경 예산 115억원을 포함해 총 450억원을 투입, 반도체 테스트베드를 만든다.

이 설비는 반도체 소재 R&D용 300평 규모 테스트베드다. 현재 공정에서 주로 쓰이는 12인치 웨이퍼 기준에 맞는 팹을 만든다.

테스트베드에는 다양한 장비가 구축될 예정이다. 현재 청정실과 불화아르곤(ArF) 이머전 노광장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식각, 증착 장비를 들여 내년 4월 본격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이다.

이 장비들을 이용해 노광, 에칭 공정에서 쓰이는 포토레지스트, 가스 소재를 개발 할 수 있다. 일본 수출 규제 품목인 EUV 포토레지스트 개발용이 아닌 감광액 시장에서 가장 사용 비율이 높은 쓰이는 ArF 포토레지스트 연구 용도다. EUV 노광 장비는 가격이 1500억원에 달해 구매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나노종합기술원 관계자는 “40㎚대 패턴 웨이퍼 제작에 쓰이는 필수 장비 10대를 구축해 운영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기업 유휴장비 확보 등으로 1차 구축 사업이 끝나는 2022년 이후에도 테스트베드 규모와 서비스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소재 국산화가 반도체 업계 뜨거운 이슈가 되면서 테스트베드 설립 문제도 함께 부각됐다.

국내에는 기존에도 10개 반도체 관련 테스트베드가 있었다. 그러나 업계 현실과 맞지 않는 8인치 반도체 공정용 설비가 대부분이라 현실성 있는 소재를 개발하기가 어려웠다. 국내 중소 소재업체들이 실험 목적으로 고가의 12인치 반도체 장비를 들이기에도 부담이었다.

이와 관련 이준혁 동진쎄미켐 부회장은 지난 4월 한 포럼에서 “현재 국내에서는 마땅히 실험을 진행할 곳이 없어서 벨기에 IMEC으로 건너가 소재 실험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한 바 있다.

오혜근 한양대 교수는 “정부에서도 그간 반도체 업황과 기업 사정이 좋다보니 테스트베드의 지속적인 운영을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분야 최대 규모 허브인 IMEC 등 해외 설비 규모를 따라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봤다. 그러나 우선 첫 발을 뗀 것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내 중소 업체들 수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라인에 공급할 만한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는 기초 R&D용 연구 인프라가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일본 수출 규제로 문제가 됐던 EUV 포토레지스트 외에도 현재 공정에 주로 쓰이는 ArF 포토레지스트마저도 양산용으로 공급되기까지는 수많은 과제가 산재해 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공 인프라에서 기술 수준을 어느 정도 선으로 올린 뒤 대기업과 협업과 양산 평가를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이 협력을 늘리거나 위험 요인을 감수하고 국내 제품을 써준다면 개발 속도는 현저히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핵심 소재 국산화 중요성을 절감한 만큼 정부가 단기 예산 분배가 아닌 꾸준하고 지속적인 R&D 팹 지원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포토레지스트 업계 관계자는 “ArF용 제품뿐 아니라 반도체 미래가 달린 EUV 관련 설비에도 집중 투자해야 한다”며 “미미했던 기존 팹 운영과 다르게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IMEC 등 해외 선진 사례 분석과 미래 확장성에 대한 고려를 충분히 한 뒤 긴 숨으로 실행에 옮겨 기업들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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