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오시나요" "몇 분이신가요" 척하면 척…사람인 척 예약 받는 'AI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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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수 네이버 글레이스 CIC 대표

#'네이버 예약'을 통해 식당에 예약 전화를 걸었다. 직원이 아닌 인공지능(AI)이 대신 전화를 받았다. 예약을 하고 싶다고 대화를 시작하자 “언제 오시나요” “몇 분이신가요” “오늘 저녁 7시 예약 진행해 드리겠습니다” 하고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갔다. 차를 몰고 간다고 말하자 “매장 지상·지하 주차장이 마련돼 있습니다”고 답했다. “주차장에 자리가 없으면 어떡하나” “외부에 주차하면 주차비 지원되나” “아기용 의자 준비 되나”와 같은 어려운 질문도 척척 답했다. 자연스러운 억양과 대화에서는 사람과의 차이점을 찾기 어려웠다.

27일 네이버 사내독립기업(CIC) 글레이스는 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 올해 세 번째 '서비스 밋업' 행사를 열고 AI 전화 예약 기능 'AI콜'(가칭) 등 지역 소상공인 오프라인 매장 관리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서비스 도구를 공개했다. AI 기술로 소비자 전화 예약을 대신해 주는 구글의 '듀플렉스'와 비슷하지만 반대되는 개념이다. 소비자가 아닌 업주 업무를 대신해 준다. 연내 '아웃백' 미금점을 시작으로 순차 적용 지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서비스 유료화 계획은 아직 미정이다.

네이버에서 식당을 검색하면 지도나 전화걸기 메뉴가 나오며, 이 화면에서 연결되는 전화는 한 달 평균 7000만건을 웃돈다. 네이버 예약으로 연결되는 전화는 올 7월 기준 7330만건에 이르렀다. 이날 최초로 공개된 AI콜은 네이버 자동응답시스템(ARS) 전화 응답에 네이버 '클로바' AI 기술을 도입한 서비스다. 음성인식(CSR), 자연어처리(NLP), 음성합성기술(CSS) 등 네이버 AI 기술이 종합적으로 구현됐다. 질문 인식부터 답변까지 0.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현재 대부분 식당에서는 전화 예약을 받으면 사람이 수기로 예약 장부를 작성한다. 사람이 하다 보니 예약자 이름을 잘못 적거나 고객 정보가 없어지는 문제가 있다. 단골 고객 명단을 관리하는 것은 더 어렵다. 이런 문제를 네이버 AI 기술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서비스 기획의 출발점이다. 사업주가 등록한 메뉴와 식당 정보를 기반으로 AI가 적절한 답을 찾아낸다.

AI콜 기술이 예약자들의 모든 질문에 답변하지는 못한다. 전화 통화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다. 짓궂은 손님은 AI에게 “남자 친구가 있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런 경우 AI가 상황을 판단해 매장으로 전화를 돌린다. 이 때문에 전화를 응대할 매장 직원이 아예 없어서는 안 된다.

이건수 네이버 글레이스 CIC 대표는 “대화 품질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예외 처리가 매끄럽지 못하면 인건비 아끼려다 소비자에게 불쾌한 경험을 줄 수 있다”면서 “다만 예약 전화 대화는 패턴이 정해져 있는 편이다. 좁은 도메인에 깊이 있게 집중하면 사장님 대행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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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네이버는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오프라인 주문결제 '테이블오더' 시스템도 함께 소개했다. 식당에서 직원 호출 없이 네이버 앱으로 메뉴를 확인하고 주문 및 결제가 가능한 방식이다. 복층이나 야외 테라스에서도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 단체 방문 시 더치페이도 쉽고 계산대에서 대기할 필요도 없다. 리뷰도 각자 작성하고 포인트도 따로 적립할 수 있다. 현재 테이블오더는 분당 네이버 사옥 인근 30개 음식점에서 클로즈베타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네이버는 예약 서비스를 확대해 올해부터 글로벌 시장에 도전한다. 일본, 대만에 이용자가 많은 메신저 '라인'과 연계해 '크로스보더' 서비스를 협의하고 있다. 네이버가 맺은 약 6만5000개의 가맹점 정보를 다양한 언어로 제공하고, 결제 및 포인트는 라인에서 지원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국내 식당에서 주문이 어려운 외국인이 많은 점에서 착안했다.

이건수 대표는 “올해는 크로스보더 예약, 다국어 지도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면서 “지역 소상공인에게 외국인·한국인 고객 모두를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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