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인터넷 혁명을 겪었다. 그 산업의 격변기에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일했고, 홍보대행사를 창업해 혁명의 물결을 주도한 많은 기업과 함께 성장했으며, 여러 기업의 흥망성쇠를 목도했다. 그 기간에 깨달은 것 가운데 하나가 변화를 미리 준비해서 그 파도를 타고 전진하는 기업은 성공하지만 변화의 파도에 휩쓸리면 도태된다는 것이다.
인터넷, 모바일에 이어 새롭게 느낀 혁명의 파도가 바로 블록체인이다.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이를 블록에 담아 분산된 컴퓨터에 진위를 판명하게 한 후 체인 형태로 연결해서 저장하는 탈중앙화된 거래장부 기술인 '블록체인'은 세상을 바꿀 새로운 기술이자 패러다임이다. 필연이며, 당연한 방향이다.
블록체인 도입은 보수 성격이 짙은 금융권에서 시작되고 있다. 대출에 필요한 증명서류 검증 과정을 블록체인 자격 검증으로 대체하는 서비스가 도입됐고, 블록체인 기반의 모바일 신분증 '분산신원증명'(DID)이 본격화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위임장 서비스와 금융증명서 제출 서비스도 조만간 시작된다.
대기업의 행보도 빨라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갤럭시S10에 암호화폐 지갑 '삼성 블록체인 월렛'과 '키스토어'를 탑재하고, 그 스토어에 올린 디앱의 숫자를 늘려 가고 있다.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에는 LG전자, 카카오페이, 유니온뱅크, 넷마블, 셀트리온 등이 거버넌스 카운슬 멤버로 SPC그룹 등이 파트너로 참여했다.
두나무 블록체인연구소 람다256이 만든 차세대 서비스형블록체인(BaaS) 플랫폼 '루니버스'에는 현재 야놀자 등이 합류했다.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페이스북 리브라는 예상되는 글로벌 경제로의 파급 효과를 고려해 미국 당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정책 입안자들이 연이어 경고를 보내고 있는 현실이다. 그야말로 변화의 큰 파도가 일고 있다.
금융권과 대기업, 글로벌 기업의 블록체인 사업 진출과 도입은 거의 매일 기사화되고 있다. 머지않아 소비자는 인식하지 않고도 실생활에서 블록체인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PC에서 이용하는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접하듯 조만간 블록체인 기반의 디앱과 시스템에 익숙해져 갈 것이다. 그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암호화폐 투기와 묻지 마 암호화폐공개(ICO) 광풍은 블록체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었지만 다행히 기업의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와 도입이 이를 긍정 형태로 바꾸고 있다. 암호화폐 거품이 빠지면서 블록체인 산업은 자정 과정을 거치고 있고, 투자자도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안목을 기르고 있다.
혼란과 논쟁 시간을 거쳐 시장이 성숙해지고, 블록체인이 받아들여질 준비가 진행되는 시점에도 관망만 하고 있는 기업이 많아 안타깝다. 데이터 분산 저장으로 인한 투명성과 이를 활용한 효율성 제고, 토큰 이코노미 생태계를 활용한 참여자 독려 기능의 경우 기업에는 경영과 마케팅 전반에 활용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콘텐츠, 서비스, 제조와 유통, 금융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국경이 아예 없다. 특히 기존 사업이 있는 기업에 블록체인은 경쟁력을 갖추게 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상위 레벨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은 이미 움직임을 넘어 액션으로 들어갔다. 이제 중견기업은 블록체인을 어떻게 활용할지 면밀하고 조속히 검토하고, 실제 액션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과 상생 및 협업을 근간으로 하여 블록체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블록체인으로 물류와 재고 투명성을 제고하거나 블록체인을 도입해 대기업이 이끄는 새로운 생태계에 참여하는 등 기업별 특성에 맞춰 블록체인을 활용할 방법은 아주 많다.
중소기업에 제언한다. 블록체인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현재가 되고 있는 거부할 수 없는 키워드며, 성장을 위한 기회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이 블록체인 혁명의 파도를 타고 전진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의 도입과 활용을 적극 검토하고 실행하기 바란다.
김재희 함샤우트 대표 jessica@hahmshou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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