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PC가 틈새 품목에서 주류 제품으로 급성장했다. 게이밍 PC란 게임을 위해 만들어진 컴퓨터를 말한다. 데스크톱, 노트북 등 게임을 가동하는 데 무리가 없고 상대적으로 고급사양 성능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게임뿐만 아니라 고성능 그래픽 작업 등 고사양 PC가 필요한 소비자도 게이밍 PC를 선택한다. 사무용, 애니메이션 작업, 디자인, 동영상 작업, 편집, 설계 등 게임 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일도 늘고 있다.
매해 전체 PC 시장은 규모가 정체되거나 줄고 있지만 게이밍 PC는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게임 인구가 늘고 e스포츠 등 게임 시장이 확대되면서다.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한 중소업체, 다국적 기업도 이 시장에 진출, 시장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 고요한 PC 시장에서 게이밍 PC는 '폭풍 성장'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국내 모니터 판매량은 매해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2017년 303만3000대 였던 판매량은 2018년 305만6000대로 정체다. 올해 전망치는 287만7000대로 감소가 예상된다.
반면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6년에 4만7000대 수준이던 게이밍 모니터 판매량은 2017년 9만5000대, 2018년 14만4000대로 성장했다. 올해 판매 전망치는 17만9000대다.
세계 시장에서도 게이밍PC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엔비디아가 올 초 투자자 설명회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게이밍 노트북 시장 규모는 2018년 120억달러를 돌파했다. 5년 전 게이밍 노트북 시장 규모는 10억달러 수준으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시장조사 업체 마켓리서치퓨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게이밍 노트북 시장 2016년 이후 연평균 22%씩 성장, 2023년엔 220억 달러(약 24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게이밍 PC가 인기를 끄는 것은 고사양 PC게임들이 큰 인기를 끈 덕분이다. 고사양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수준 높은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는 고사양 PC가 필요하다. 게임을 즐기는 마니아층은 고가 장비 구입도 서슴지 않는다. 게임 업체들도 이전에 게임 콘솔 전용으로 출시했던 게임을 PC용으로도 출시, 하드웨어 성장을 견인한다.
기존 PC와 모니터 제조사도 속속 게이밍 PC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게이밍PC는 고사양·고스펙 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단가가 높다.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으로 키울 수 있다. 전통적으로 게이밍PC를 키워온 중화권 업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삼성전자, LG전자도 게이밍 PC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 '괴물스펙' 무장 삼성·LG도 '총력전'
얇고 가벼운 비즈니스 노트북 위주로 PC 시장을 주도했던 삼성과 LG도 성장하는 게이밍 PC시장 확대와 함께 관련 제품을 속속 선보이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게이밍 PC 전문 브랜드 '오디세이'를 런칭하고 제품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주사율 게이밍 모니터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보여준다. 주사율은 모니터가 1초당 보여 줄 수 있는 정지 화면 수를 말한다. 단위는 헤르츠로 표기한다. 240헤르츠(Hz)는 초당 240번의 화면을 매끄럽게 출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사율이 높을수록 순발력 있는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짧은 찰나의 순간에 승부가 결정되는 1인칭 슈팅 게임이나 레이싱 게임 등에 적합하다.
삼성전자 커브드 게이밍 모니터 신제품 CRG5은 27형 크기에 240Hz 주사율을 지원한다. 엔비디아 지싱크와 호환된다. 지싱크는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와 호환 모니터를 기반으로 구현되는 기술로 화면 전환이 빠른 게임에서도 화면이 끊기거나 잘리는 현상을 최소화한다. 게이머들은 게이밍 모니터 구매 시 지싱크 호환 여부를 필수 요소로 본다.
CRG5 27형 제품에는 240Hz 주사율과 1500R 곡률 커브드 스크린 결합을 통칭하는 삼성전자만의 '래피드커브(RapidCurve™)' 기술을 적용했다. 빠른 화면 전환과 부드러운 움직임은 물론 게임에 대한 몰입감도 한층 높인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주사율 100헤르츠 이상인 게이밍 모니터 국내 시장 규모는 수량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47%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 42%을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게이밍 노트북도 데스크톱 수준 고스펙으로 무장,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 노트북 오디세이 신제품은 고사양 게임을 장시간 계속해도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발열 제어 기능인 '제트 블레이드 쿨링 시스템'을 적용했다.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발생하는 열을 냉각 팬으로 전달하는 히트 파이프를 추가 장착해 방열 면적을 기존보다 40% 늘려 냉각 효과를 높였다. 또 기존보다 15% 더 많은 공기를 배출한다.
삼성 노트북 오디세이는 최신 그래픽 카드인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60'을 탑재했다. 8세대 인텔 코어 'i7 헥사코어' 프로세서를 적용했다. 144㎐ 고주사율을 갖췄고 엔비디아 지싱크도 지원한다.
LG전자는 2016년에 게이밍 PC 시장에 처음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6년 처음으로 게이밍 모니터를 출시했고 2917년 게이밍 노트북도 선보이며 제품군을 늘렸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게이밍 모니터는 올해 1분기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300%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1분기 게이밍 모니터 판매량도 작 동기 대비 300% 가량 성장하며 매해 고속 성장세를 보여준다. LG전자는 게이밍 모니터에만 사용하던 LG 울트라 기어 브랜드를 올해 처음 고성능 노트북으로도 확대 적용했다.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평면 정렬 스위칭(IPS)패널에 1㎳응답 속도를 갖춘 LG울트라 기어 게이밍 모니터를 출시했다. LG 울트라기어 27인치 게이밍 모니터 신제품(27GL850)은 IPS 패널에 나노미터(nm) 단위 미세 입자를 활용한 '나노 IPS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나노 픽셀 단위에서 색상을 정확하게 구현한다. 정교한 색 표현이 가능하고 시야각이 넓어 사용자가 측면에서 왜곡 없이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다.
144(헤르츠) 고주사율을 지원, 1초에 144장의 화면을 구현해 빠른 움직임의 게임도 부드럽게 묘사한다. 엔비디아 지싱크 호환도 된다.
시장 반응도 뜨겁다. LG전자는 최근 11번가에서 LG 울트라기어 게이밍 모니터 신제품 런칭 기념으로 이벤트 진행했다. 선착순 200명에게 가 할인을 제공했는데 40분만에 완판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는 “LG 울트라기어 게이밍 모니터 신제품을 지속 선보이며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국내 게임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