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내 기계업계가 일본의 대 한국 수출 제한 조치 '급소'로 꼽히는 수치제어장치(CNC) 시스템 국산화를 위한 실증 사업을 이달 시작한다. 국산 CNC 기술을 갖춘 국내 공급 업체와 수요 업체, 지원 기관이 함께 참여한다. 정부는 2024년까지 스마트 제조장비용 CNC 제어시스템 기술을 개발하는 '차세대 CNC 기술개발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사업으로 추진한다. 국산 차세대 CNC 제어시스템을 만들어서 스마트제조 생태계를 독립시키겠다는 목표다.
CNC 기술력을 갖춘 씨에스캠은 국산 CNC 시스템 실증을 위한 정부의 제조실증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업은 국산 기술로 만든 CNC 시스템을 실제 국내 제조 현장에 접목, 실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산 CNC시스템을 공작기계에 접목하기 위해 세부 기술별로 개발 계획을 다듬고 있다. 씨에스캠 관계자는 15일 “수요 기업인 공작기계 제조 업체, 정부 연구소와 함께 국산 CNC 실증 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추가경정 예산을 통해 CNC 국산화를 위한 '기계산업 핵심기술 개발사업'을 이달 시작한다. 공급 기업, 수요 기업, 지원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실증 사업을 지원한다. 사업은 정부 기관 주관 아래 국산 CNC 기술을 갖춘 제조 업체와 대학·연구기관, 수요 기업인 공작기계 업체가 참여해 컨소시엄을 꾸릴 예정이다. 공급 기업으로는 두산공작기계·씨에스캠·대영산전, 수요 기업으로는 현대위아·화천기공·스맥이 참여한다.
정부는 CNC 업체별로 개별 컨소시엄을 꾸리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사업 시너지 효과를 고려, 하나의 대형 컨소시엄을 꾸리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산 CNC 업체별로 갖춘 기술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두산공작기계는 제어기·서브모터·모터드라이브를 아우르는 기술, 씨에스캠은 PC 기반으로 제어기와 구동부(모터·드라이브) 등 CNC 시스템 기술을 각각 갖췄다. 국산 CNC 기술을 다양한 수요 업체에 실증해서 성과를 최대한 끌어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CNC는 공작기계 등 제조장비 기능을 제어하는 부품으로, 기계를 제어하는 두뇌 역할을 담당한다. 제조장비 성능과 제조장비를 사용해 생산하는 제품의 부가 가치 및 생산성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부품이다. 일본 정부가 추가 수출 제한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공작기계의 핵심 부품으로, 일본 의존도가 특히 높다.
정부와 기계업계가 관세청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HS코드 '수치제어반' 기준) 우리나라의 지난해 CNC 수입액 2억3000만달러 가운데 일본에서 수입한 금액은 2억1000만달러로 91.3%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일본 화낙 CNC 시스템에 특히 많이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스마트제조 현장에 접목할 차세대 국산 CNC 개발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산업부는 '제조장비시스템 스마트 제어기 기술개발사업'을 예타 면제 안으로 신청했다. 스마트제어기 기술개발사업에 내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사업 예산 855억원을 투입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CNC 시스템에 애플리케이션(앱)과 에지컴퓨터를 추가한 시스템을 국산 기술로 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