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후방산업도 휘청...톱5 장비업체 실적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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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엔듀라 클로버 MRAM PVD 플랫폼. <사진=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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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톱5 반도체 장비 업체의 올해 2분기 실적이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반도체 수요 부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진한 한국 시장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램리서치 및 KLA, 네덜란드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등 글로벌 톱5 반도체 장비 업체의 2분기 영업이익이 모두 급감했다. 이들 업체는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점유율을 약 70% 확보할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반도체 전공정 장비 1위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2분기 반도체 시스템 분야에서 영업이익 5억7900만달러(약 7057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억9200만달러)보다 41.6%나 감소한 수치다. 도쿄일렉트론도 2분기 영업이익이 41.3% 쪼그라든 425억엔(약 4937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판매 실적을 합산한 수치다.

식각장비 최대 강자인 램리서치의 영업이익도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9억5800만달러를 기록한 램리서치의 이익은 올해 6억1700만달러로 35.6% 줄었다.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단독 공급하고 있는 ASML의 영업이익도 5억8400만유로(약 6301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18.5% 감소,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상위 5개 업체의 실적은 1분기부터 이익이 20% 이상 감소했으며, 2분기에는 ASML을 제외하면 낙폭이 비슷하거나 더 가팔라졌다.

국내 매출도 쪼그라들었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2분기 한국에서만 전체 매출액의 27%인 12억3200만달러를 올렸지만 올해 2분기에는 13% 수준인 4억4100만달러에 그쳤다. 도쿄일렉트론은 지난해 2분기 한국에서만 889억엔으로 압도적인 지역 매출을 기록했지만 이번 2분기에는 약 60% 깎인 369억엔 매출에 그쳤다.

주원인은 메모리 수요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2분기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두 회사는 올해 초부터 설비투자를 보수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여러 채널을 통해 밝혀 왔다. 더군다나 SK하이닉스는 생산량 감산에 들어갔고, 삼성전자는 생산 라인 조정으로 품목과 생산량을 조절할 방침이다. 한국 시장은 장비 업체 입장에서 25~30%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불안한 국제 정세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벽두부터 불거진 미-중 간 무역 갈등이 풀리지 않자 반도체 시장의 큰손인 중국도 투자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5월 국내를 방문했을때 “반도체 관계자와 만나 국제 정세(geopolitical issue)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과 일본 간 경제 전쟁도 설비 투자의 큰 위기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투자를 고려할 때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설비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한 장비업체 관계자는 “영업이익률 20% 이상을 기록하는 외산 업체도 위기 상황인데 상대적으로 기반이 열악한 국내 업체는 올해를 잘 버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후방산업도 휘청...톱5 장비업체 실적 급감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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