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가 내놓은 추석 선물세트에서 불황형 가치소비 트렌드가 뚜렷하다. 수백만 원대를 호가하는 고가부터 10만원 이하 저가 선물세트까지 다양한 구색을 갖췄다. 가격대를 낮추고 세분화해 더 많은 고객 접점을 확보하려는 의지도 읽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은 올해 10만원 이하 실속형 선물세트 품목수를 지난해 추석보다 15% 늘렸다. 4만원 짜리 소금세트부터 5만원 와인세트, 6만원 명감세트 등 기존 호텔 선물세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저가 상품을 대거 선보였다.
이와 동시에 6500만원 짜리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 와인세트도 내놨다. 프랑스 정통 코냑 '루이 13세 제로보암'도 3900만원에 선보여 차별화를 뒀다. 고객층이 다변화되면서 선물세트 가격도 양분화 되는 추세다.
호텔 관계자는 “남들보다 의미 있는 선물을 원하는 고객들이 호텔 선물세트를 찾는 경우가 늘었다”면서 “가심비에 집중한 저가형 선물을 강화하는 동시에, 높은 가격도 마다하지 않는 프리미엄 고객 요구에 부합할 수 있는 초고가 상품 구색에도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동일 품목도 가격대를 세분화했다. 한우 선물세트는 25만원부터 95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상품 라인업을 강화했다. 명품 전통장 세트도 가격을 절반으로 낮춘 실속형 상품을 따로 마련했다.
신라호텔 역시 단일 상품이던 성명례 명인 전통장 선물세트를 20만원짜리와 9만9000원짜리 실속형 선물세트로 가격대를 세분화해 선보였다. 우곡주 역시 15만원과 5만원 두 세트로 나눴다. 같은 와인 품목에서도 450만원 상당의 보르도 와인세트와 10만원짜리 와인세트를 동시에 선보였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해 추석에 210만원에 달하는 '캐나다구스 에델바티스트 두베' 침구세트를 처음 선보인데 이어, 올해에는 기업특판 전략상품으로 기획한 10만원짜리 축산선물세트를 처음으로 내놨다.
최고가 상품부터 실속형 선물세트까지 상품 구색을 다양화해 더 많은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선물세트 카탈로그도 실속 있는 10만원 이하 상품부터 품격 있는 20만원대 상품, 프리미엄 30만원 이상 상품으로 세분화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깊어지면서 실속형 상품을 찾는 동시에 자신이 만족하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가치소비 트렌드가 자리잡고 있다”면서 “호텔을 찾는 고객층이 다양해지면서 선물세트 역시 이에 맞춰 세분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