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7일 기업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술력이 한나라를 먹여살린다. 당장 어려움은 있지만 길게 보고 우리 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기회로 삼았나갔으면 한다”며 정부 지원을 약속했다. 국산화 기술 개발에 성공한 기업을 찾아 직접 격려하고 정부지원책을 보강해 대일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데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밀제어용 감속기 전문기업 에스비비(SBB)테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 국가에서 배제하면서 우리 부품·소재 기업 특히, 강소 기업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SBB테크는 눈 앞의 것만 보지 않고 기술 자립을 도모했다”며 “그 노력의 결실로 세계에서 두 번째 정밀 제어용 감속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해서 로봇 부품 자립화를 기반 만들었고,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격려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방문한 SBB테크는 반도체·LCD 장비와 로봇 정밀제어 등에 필요한 감속기와 베어링 등을 생산하는 부품업체다. 1993년 설립돼 지난해 9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해 오던 '로봇용 하모닉 감속기'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감속기는 일본이 분류한 전략물자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 감속기의 핵심 부품인 베어링은 전략물자에 포함됐다.
다만 이 회사는 '하모닉 감속기' 개발에 성공했지만 아직 실증 테스트를 완료하지 못해 소규모 시제품만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책 중 하나로 국산 부품·소재·장비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조치 발표 직후 국내 로봇제조 기업들과 성능 및 신뢰성 평가 등 실증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긴급 예산 투입으로 조기에 대규모 양산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현장에서 국산화한 로봇 감속기 제작 공정을 차례로 살펴보며 업체 관계자에게 설명을 들었다. 이어진 직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어려움은 있겠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일본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기술 개바에 더욱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로봇산업계 부품 업체를 가장 먼저 방문한 배경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로봇산업이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제조업용 로봇 시장은 연평균 17%, 서비스업용 로봇시장은 연평균 13%씩 성장하고 있다. 또 2021년 전 세계 시장규모 제조업 236억 달러, 서비스업 20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소재부품 업계 현장을 찾을 예정”이라며 “현장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해 정책에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