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美中 무역분쟁...당장 하반기 대외변수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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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 등 전자업계가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장기 경영 계획 수립과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각종 불확실성이 제거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기업 경영의 어려움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여러 대외 변수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사실상 '시계 제로' 상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계가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과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계는 통상 7월에 하반기 사업계획을 조정한다. 상반기 상황을 감안하고 최신 하반기 경제 동향 등을 반영한다.
그러나 당장 하반기 사업계획을 수정해야 하지만 변수가 많아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특히 굵직한 대외 변수가 많다. 핵심은 한국을 겨냥한 일본의 수출 규제다. 일본은 핵심 소재의 수출 규제에 이어 우방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정령) 개정안을 다음 달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만 영향을 받지만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수출 통제 품목이 1112개로 늘어난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전자업계 전반으로 영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수출 통제 품목에는 스마트폰과 공기청정기 등 전자제품에 사용하는 각종 센서와 모터, 주요 부품으로 사용하는 필름 등 일본 의존도가 높은 제품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전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감안해 시나리오별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일본 정부의 결정에 따라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무역 분쟁과 화웨이 제재도 중요 항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국내 주요 102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하반기 기업 경영환경 전망 및 시사점' 조사에서 미-중 무역 분쟁 여파를 가장 큰 경영 변수(43.6%)로 꼽았다.
조만간 미·중 간 협상이 재개되겠지만 갈등이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기업들은 사태 장기화에 대비, 글로벌 생산 체인 조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조사도 멈춰 섰다. 재계는 8월 휴가철 이후 인사와 내년 사업계획 시즌에 들어간다. 그 전에 사전 데이터 조사가 필요하지만 올해는 주요 변수 체크 자체가 어렵다.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서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기본 데이터와 시장 상황 상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도 미-중 무역 분쟁 등 대외 변수로 인해 기업들이 기준 환율 설정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계획 수립이 늦어졌다. 내년도 경영에는 고려할 변수가 더 많아 사업계획 수립이 더욱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의 사업 계획 수립이 지연되면 이 영향이 그대로 협력사 등으로 이어진다. 연쇄 작용으로 사업계획 수립이 지연되면 전자업계 전반에 걸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통상 11~12월 2개월에 걸쳐 내부에서 내년도 사업 계획을 보고하기 때문에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사업계획 수립 준비에 들어간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대외 변수가 너무 많아 전망이 불투명하고, 이리저리 얽혀 있어 풀기도 어렵다”며 정색을 취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은 대외 변수의 복잡함을 잘 해석하는 게 경영의 핵심이 될 것 같다”며 신중함을 보였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