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인텔의 스마트폰용 모뎀칩 사업을 10억달러(약 1조1815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5G 스마트폰 경쟁에서 한 발 뒤쳐진 가운데 자체 모뎀칩 기술력을 확보, 차세대 아이폰 개발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5G 모뎀칩 영역에 독과점적 지위에 오른 퀄컴에 대한 의존도 역시 빠르게 줄여나갈 전망이다.
애플은 25일(현지시간) 인텔 스마트폰 모뎀칩 사업 대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모뎀칩 사업 관련 2200여명의 인텔 직원과 지적재산, 장비 등을 모두 포함한 거래다. 경쟁당국 승인을 거쳐 올해 4분기 인수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인수로 애플은 기존 특허 포트폴리오와 인텔의 이동통신 모뎀칩 관련 특허 등을 결합해 1만7000여개가 넘는 무선 기술 특허를 보유하게 된다. 인텔은 스마트폰을 제외한 PC와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차량 등 모뎀 개발 사업은 그대로 유지한다.
애플은 인텔 스마트폰용 모뎁칩 기술을 바탕으로 모바일 프로세서와 모뎀칩을 통합한 '원칩'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애플이 설계한 자체 칩은 성능과 배터리 효율성, 내부 공간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최적화가 뛰어나다.
조니 스루지 애플 하드웨어 기술 담당 수석부사장은 “많은 우수한 엔지니어가 애플 이동통신 기술 그룹에 참여하게돼 기쁘다”며 “혁신적인 지식재산 확보와 미래 제품 개발을 촉진·차별화하는데 도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년 출시가 예상되는 5G 아이폰에는 퀄컴 모뎀칩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퀄컴칩을 활용해 5G 시장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모뎀칩 역량을 내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 접어줄 수 밖에 없었던 퀄컴 라이선스 분쟁과 같은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진 먼스터 루프벤처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궁극적으로 퀄컴 칩을 대체하길 원했다”며 “인수가 이를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점에서 매우 합리적인 거래다”고 평가했다.
앞서 애플 아이폰용 5G 모뎀칩을 개발해 온 인텔은 애플과 퀄컴이 라이선스 분쟁에서 전격 합의하자 돌연 모뎀칩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이후 스마트폰 모뎀칩 사업 매각을 위해 여러 업체에 의사를 타진했으나 최종적으로 애플의 품에 안기게 됐다.
인텔은 이번 거래로 매년 10억 달러 가까운 적자를 내오던 스마트폰 모뎀칩 사업에서 손을 뗄 수 있게 됐다.
한편,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2014년 애플이 30억 달러에 사들인 비츠 일렉트로닉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애플의 인수합병으로 기록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