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처음 시작된 BMW 차량 화재 리콜이 26일로 1년을 맞았다. BMW그룹코리아는 화재 발생 직후인 지난해 7월 26일 자발적 리콜 방안을 발표하고 대상 차량 10만6000여대에 대한 긴급 안전진단과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리콜 작업을 시작했다. 이어 10월 디젤 차량 6만5000여대 추가 리콜까지 총 17만여대에 달하는 수입차 사상 최대 리콜에 나섰다. 1년이 지난 지금 BMW 화재 리콜은 역대 최고 수준 이행률을 달성했으나 발표가 임박한 경찰 수사 결과는 향후 사태 마무리에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리콜 얼마나 됐나…1년 만에 95.5% 돌파
BMW는 화재 사고 이후 두 차례에 걸쳐 17만여대에 대한 리콜을 발표했다. BMW는 지난해 10월 23일 1차 리콜 10만6000여대에 이어 디젤차 EGR 관련 6만5000여대에 대한 2차 후속 리콜을 진행했다.
BMW그룹코리아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으로 EGR 리콜 이행률 95.5% 돌파했다. 리콜 시작 후 1년간 평균 리콜 이행률이 70~80% 수준인 다른 사례보다 20% 가까이 높은 수치다. 특히 리콜 1년 만에 총 17만여대 차량의 부품을 모두 수급해 리콜을 진행한 것은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신속한 조치였다. BMW는 리콜을 받지 않은 대상 차량에 대해 전화와 문자, 우편 등 계속 연락을 취했다. 렌터카 업체와 리스사, 중고차 매매단지 등 40여개 관련 회사에 협조를 구해 리콜을 유도했다.
리콜 이후 EGR로 인한 화재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잊을 만하면 다시 등장하는 차량 화재 소식 때문이다. 자동차 연간 화재 건수는 5000여건에 이른다. 제조 당시 부품 문제로 인한 화재도 있지만, 차량 관리 부족이나 차량 노후화, 불법 튜닝과 같은 외부 수리 작업 등 다양한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한다.
BMW 리콜 전담센터는 물론 딜러사 영업사원까지 나서 리콜 완료에 역량을 모았지만, 아직 리콜을 받지않은 차량은 8000여대에 이른다. 여러 차례 연락과 독려에도 리콜에 협조하지 않는 차량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최초 긴급 안전진단 등 선례 남겨
지난 1년 BMW는 화재로 고초를 겪었지만, 부정적 결과만을 남긴 건 아니다. 국내 자동차 업계로 최초로 실시한 긴급 안전 진단과 무상 렌터카 제공 등 업계 리콜에 모범이 될 만한 사례를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해 BMW그룹코리아는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리콜 계획서가 승인된 7월 26일 자발적 리콜과 후속 조치 방안을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리콜 조사와 계획서 제출, 국토부 승인까지 최소 2개월이 소요된다. 그러나 BMW 리콜의 경우 국토부가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제작결함 조사 지시를 내린 지 11일 만에 리콜을 결정했다.
이어 다음날인 27일부터 긴급 안전진단 서비스를 실시했다. BMW 정비사가 EGR 부품 내부 상태를 내시경 장비로 진단하고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취하는 형태였다. 시행 초기 불안감에 서비스센터에 고객이 몰리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으나, BMW는 고객이 직접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지 않고도 진단을 받을 수 있는 픽업 앤 딜리버리 서비스, 방문 서비스 등 다양한 방식의 서비스를 추가로 내놓았다.
지난해 8월 1일 BMW는 고객 편의를 위해 10만6000여대의 차량을 대상으로 안전진단 기간 렌터카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가 발표했다. 전국 주요 렌터카 회사들과 협의해 진단 대상 고객이 필요할 경우 무상으로 렌터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예약을 위한 전담 인력도 확충했다. 문의 전화 폭증으로 인한 대기 시간이 지연되는 현상이 벌어지자 콜센터 인원을 두 배 이상 늘리기도 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소송과 경찰 수사
리콜이 95%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BMW 차량 화재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과 고의 은폐 여부에 대한 경찰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화재 사고로 대국민 사과에 나섰던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회장은 올해 5월 10일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BMW는 부품 결함을 인정하지만, 리콜 시행 직전에 이를 인지했다면서 고의 결함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국토교통부가 구성한 민관 합동조사단은 지난해 말 EGR 쿨러 균열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화재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BMW 차주 등 관련 피해자들은 BMW그룹 본사와 BMW그룹코리아, 김 회장 등을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피해자들은 결함을 알고도 BMW가 늑장 리콜을 하진 않았는지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이후 경찰은 결함 은폐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왔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세 차례에 걸쳐 BMW그룹코리아 본사 EGR 납품업체, 연구소 등을 압수수색했고,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현재까지 BMW 임원과 회사 관계자 등 18명이 입건됐다. 이번 수사 결과는 향후 관계자들 처벌 수위와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소송에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