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국 196명의 선수가 각국 국기를 들고 입장했다. 올림픽 기수단 개선식과 똑같았다. 3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 중국 시안에서 게임 올림픽 WCG가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취장신구 국제 컨벤션 센터를 가득채운 2000명의 관람객은 게임 올림픽 부활을 목도하며 지축을 뒤흔드는 함성을 쏟아냈다.
WCG는 과거 월드 사이버 게임즈라고 불렸던 게임 올림픽 후신이다. 2000년 시범 대회 이후 2013년까지 수 많은 드라마를 생산했다. 한국은 최다 종합우승국으로 'e스포츠 강국'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브랜딩을 전 세계에 할 수 있었다.
2013년 이후 명맥이 끊긴 WCG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은 사람은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의장이자 WCG조직위원장이다. 2017년 삼성에게서 WCG 권리와 권한을 모두 사들여 2년 동안 공들여 부활을 준비했다.
권 의장은 “우리는 지금 실크로드 심장에 서 있다”며 “전세계 e스포츠 역사에 매우 의미 있는 순간”이라고 시안 개최에 의미를 부여했다.
고대 시안성 서문에서 유럽까지 뻗어나가는 실크로드의 시작점 시안에서 새로운 WCG 시대를 열어 동양과 서양, 현재와 미래, 게임과 문화,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술을 한데 잇고자 하는 의지 표현이다.
이를 위해 단순 게임 경쟁을 뛰어넘어 신기술을 품고 인류가 향할 다음 단계를 바라보는 대회로 기획했다. 올림픽과 유사하다. 아마추어리즘에 기반해 명예를 획득하고 우정을 품는다. 게임이 중심이 돼 핵심 가치를 구현하는 종합 디지털 문화 축제로 발돋움하고자 했다.
권 의장은 “WCG는 경쟁이나 수상 영광 보다는 함께하는 즐거운 추억을 통해 평화와 화합을 이끌어내는 우정을 추구하고자 한다”며 “젊은세대를 이어주는 미래형 e스포츠 페스티벌을 선보임으로써 기존 스포츠와 더불어 새로운 디지털 놀이 문화의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e스포츠가 가져다줄 수 있는 가치에 주목하며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e스포츠가 사람들 안에 잠재돼 있는 여정과 가능성을 일깨울 수 있다고 믿었다. 이를 통해 평화와 화합을 가져올 수 있다고 봤다.
실제 WCG 게임스포츠 부문에 도타2, 하스스톤, 워크래프트3, 클래시로얄, 왕자영요, 크로스파이어 6개 정식종목과 스타크래프트2로 진행되는 초청전을 포함해 7개 종목에 25개국, 196명이 참가했다. 11개국 4만명이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경쟁을 했지만 종국에는 모든 사람이 모여 함께 어우러졌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만이나 홍콩 선수들도 타 국가와 마찬가지로 국기와 국명을 소개해줬으며 관람객들은 박수를 보냈다.
기존 WCG와 차별된 요소인 '뉴호라이즌'으로 미래도 내다본다. 로봇,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스크래치 등 총 4개 종목을 통해 IT 신기술이 접목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미래 스포츠 영역을 구축했다. 누구든 쉽게 보고 즐기며 새로운 기술을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흥 e스포츠 도시 중국 시안시는 WCG부활에 적극 참여했다. 새롭게 성장하는 첨단산업지역 취장신구도 적극 나섰다. 시안은 프로게임단 WE 연고지가 위치한 곳이며 LPL 대회가 진행 중이다. 또 첨단과학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중국 내 대학생 수가 3번째로 많은 도시다. 삼성 반도체 공장도 시안에 위치한다.
평야 지력이 다해 농업생산성이 떨어지고 청나라가 중원을 지배하며 중심지가 옮겨진 탓에 맞은 쇠퇴기를 첨단산업 전환으로 이겨내 중흥기를 맡고 있다. 시안시는 e스포츠 역시 새로운 산업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왕용 시안 부시장은 “e스포츠는 문화 산업의 중요한 부분이므로 이 산업을 대대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며 “e스포츠를 건강하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e스포츠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왕 부시장은 “e스포츠를 통해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을 키울 수 있다”며 “지혜와 의지력을 통해 더 높고 더 강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WCG 권리·권한을 가지고 있던 삼성도 후원을 통해 WCG부활에 함께했다. 8K디스플레이, SSD와 5G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AR존과 더불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게이밍 디스플레이와 속도에 민감한 대학생층을 겨냥한 브랜딩을 시도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