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박막례' 할머니는 구독자 90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스타다. 몇 달 전, 박막례 할머니를 만나려고 유튜브 최고경영자 수전 워치츠키가 한국에 왔다. 할머니를 보러 온 것 외에 다른 목적은 없었다. 만남에서, 박막례 할머니는 워치츠키의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워치츠키는 “전 세계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박막례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미국 CEO들은 차고(garage)를 참 좋아하나 보다. 그녀 역사 역시 차고에서 시작됐다. 1998년 자신의 집 차고를 구글 사무실로 임대하면서 구글과 인연을 맺었다. 1999년 그녀는 임신 4개월의 몸으로 구글의 열여섯 번째 직원이 된다. 마케팅과 광고담당이었다.
그녀가 유튜브에 빠진 것은 2006년 어느 날이었다. 두 명의 중국 학생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린 학생들이 팝스타의 노래를 우스꽝스러운 동작과 함께 립싱크하는 장면이었다. “그래, 저거야! 누구나 스튜디오 없이도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어.”
구글이 한창 동영상 플랫폼을 개발하던 때였다. 유튜브 인수에 착수했다. 새로 만드느니 만들어져 있는 플랫폼을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2006년 유튜브는 수익구조가 불안정했다. 주변에서는 유튜브를 16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는 게 과하다고 했다. 워치츠키는 경영진에게 유튜브 가능성을 설파하며 인수전에 적극 앞장섰다. 어찌 됐냐고? 현재 유튜브 가치는 2000억달러에 이른다. 100배 넘는 이문을 남긴 대박장사다.
미국에 사는 8세 라이언은 최연소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라이언을 수억 번 이상 본 유저들은 다름 아닌 또래 아이들이다.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섯 아이들이 내 경쟁력의 비밀병기다, 미래 고객인 아이들이 좋아하는 서비스인지 아닌지가 성공의 척도라 생각한다.” 워치츠키는 구글 밥을 먹으며 다섯 자녀를 낳아 키웠다. 디지털과 소통하는 Z세대가 유튜브의 미래 소비 세대라는 걸 워치츠키보다 잘 아는 사람이 또 있을까.
광고담당 수석부사장, 제품관리담당 수석부사장. 5G급 승진에 낙하산 인사라는 구설수가 따랐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여동생의 전 남편이다. 호사가들은 차고로 맺어진 인연이 워치츠키의 능력을 과대포장했다고 수군거렸다. 낙하산 인사설은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잠재웠다. 유튜브를 구글의 효자기업으로 만든 워치츠키는 2014년 최고경영인 자리에 올랐다. 한마디로 말하면 '낙하산 인사든 계단 인사든 너의 능력을 보여줘. 그게 바로 성공 스토리야'라는 말이다.
워치츠키는 기회를 이렇게 정리했다. “삶은 완벽한 시간에 완벽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기회는 아무런 기대감이 없을 때 불쑥 찾아온다. 좋은 기회는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렵고 혼란스럽고 또 복잡하다. 어떤 순간에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라이언은 일곱 살에, 박막례 할머니는 일흔 살에 유튜버가 됐다. 그들의 나이를 완벽한 시간이라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워치츠키는 이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에 주목한다. 세상은,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에 감동할 준비가 되어있기에.
박선경 인터랙티브 콘텐츠학 박사 sarahs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