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리튬 이온 이차전지에 쓸 수 있는 유기반도체 음극 소재가 개발됐다. 상용화되면 리튬 이온전지의 충전 속도가 빨라지고 전지 수명도 길어진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함께 유기반도체 물질로 새로운 구조의 소재를 합성, 우수한 특성의 리튬 이차전지용 음극재를 제작했다고 9일 밝혔다.
리튬 이차전지의 음극재로는 주로 흑연이 쓰인다. 흑연은 전지의 충전·방전 속도를 떨어뜨리고 수명이 짧은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연구진이 금속산화물이나 유기물 기반의 음극재를 개발하고 있지만, 이들 소재도 전기가 잘 통하지 않아 전도도를 높이기 위해 다른 물질을 첨가해야 하는 등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있다.
연구진은 다른 소재를 섞지 않고도 뛰어난 전기전도도를 보이는 새 음극재를 개발했다.
탄소 원자가 공모양 구조를 이룬 유기물 반도체인 '풀러렌'과 글러브 모양 '헥사벤조코로넨'이라는 물질을 결합해 음극재로 사용할 수 있는 공결정체(cocrystal)를 제작했다. 공결정체는 글러브 모양의 헥사벤조코로넨이 공모양 풀러렌을 잡고 있는 모양이다. 이 소재는 전기전도도가 높아 다른 소재를 혼합할 필요가 없어 상용화했을 때 제조 단가도 낮출 수 있다.
연구진은 새 음극재를 활용해 동전 모양의 리튬 이차전지를 제작, 실제 충·방전 성능을 검증했다. 그 결과 600회 이상 충전과 방전을 반복해도 성능이 크게 저하되지 않아 상용화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500회 정도 충·방전 시 성능이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석훈 KIST 선임연구원은 “기존 유기물 전극의 낮은 전도성을 해결할 수 있는 소재를 제시했다”면서 “이 소재는 소듐(나트륨) 전지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트륨 전지는 '차세대 전지 후보'로 꼽힌다. 리튬 이온 전지와 구조가 유사하면서도 비싼 리튬 대신 값싼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을 쓰기 때문에 원료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