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로 소화물 배송을 가능케 하는 플랫폼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 택시기사가 혁신 수혜자가 될지 주목된다.
딜리버리T(대표 남승미)는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규제 샌드박스 임시허가를 신청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검토를 거쳐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로부터 심의를 받고 있다. 신청안이 통과하면 택시기사가 택배 서비스로 부수입을 창출한다.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에는 택시 2만6000대가 속해 있다.
택시를 수혜자로 한 사업이 임시허가에 도전하는 첫 사례다. 임시허가는 서비스 출시를 보장한다. 최대 4년간 사업에 나설 수 있다. 결과에 따라 정식허가 전환을 위한 법 정비 절차가 병행된다. 특정 지역, 조건 내에서만 시범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보다 파급 효과가 크다. 택시 반응은 긍정적이다. 딜리버리T가 지난해 6~12월 택시기사 1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6%가 플랫폼을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내 지부 4곳과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다. 화물업계 반대가 심상치 않다. 밥그릇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갈등을 조절할 뚜렷한 기준도 없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비슷한 규정이 담겼지만 택시를 통한 배송 사업을 금지하진 않았다. 이 법 18조에 따르면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는 여객 운송에 덧붙여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소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 임시허가가 정식허가로 넘어가려면 해당 조항에 택시 관련 문구가 추가돼야 한다.
딜리버리T는 택배와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긴급 배송 시에만 택시를 부르기 때문이다. 퀵과도 중복되지 않는다. 퀵이 감당하지 못하는 지역 고객이 주요 타깃이라는 설명이다. 남승미 딜리버리T 대표는 “2014년 고속버스로 화물 운송이 가능해졌을 때도 논란이 일었다”며 “그러나 법 개정 후 화물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고 강조했다.
딜리버리T는 택시 기반 소화물 배송 애플리케이션(앱)을 자체 개발했다. 고객용, 기사용 두 가지 종류다. 매일 24시간 서비스를 가동한다. 고객은 물건 정보와 보낼 장소를 입력한 후 주변 택시를 부를 수 있다. 결제는 앱에서 이뤄진다. 수락 버튼을 누른 택시기사는 물건을 챙긴 뒤 목적지로 향한다. 요금은 4840원이다. 퀵과 달리 물건 무게, 배송 시간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택시기사들은 유휴 시간을 활용, 추가 수입을 얻는다. 배송 한 건당 최소 4000원을 번다. 서울 시내 공차 주행 택시 비율은 40%에 달한다. 출·퇴근, 야간에는 승객이 몰리지만 나머지 시간대에는 공차로 다니는 경우가 많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택시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시간은 오전 7시부터 10시,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30분 사이뿐이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