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친환경 리사이클링 기술로 '플라스틱 프리'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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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중국 광저우시 쓰레기 재활용 공장을 방문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실이나 산업용 플라스틱으로 재가공하는 곳이다. 우리나라가 수출한 커다란 쓰레기 더미가 눈에 띄었다. 지난해 중국이 쓰레기 수입 중단 조치를 발표하면서 우리의 대중국 쓰레기 수출은 중단됐다. 한국 1인당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1위임을 지적하며 '쓰레기의 나라'라고 비판하는 지적과 겹치면서 씁쓸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사용 자체를 줄이거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후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는 대개 플라스틱을 떠올릴 때 일상 소비재를 생각하지만 실제 사용 범위는 너무나 방대하다. 특히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사용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CFRP는 강철보다 10배 강하지만 무게는 4배나 가벼운 재료다. 자동차, 항공기, 건축자재, 헬멧 등의 재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CFRP 덕분에 우리가 타는 자동차는 가벼워졌고, 연료 사용량은 줄었으며, 주행 거리는 더 늘었다.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감소했다.

CFRP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폐기물 양도 그만큼 늘어났다. 탄소섬유는 기본 재료가 되는 원 섬유를 고온에서 태워서 제조하는데 수명이 다한 CFRP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 CFRP는 산업폐기물로 취급돼 주로 소각 후 매립한다. 매립 후에도 썩지 않아 환경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CFRP 재활용 기술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08년에 CFRP 폐기물 매립을 금지하고 재활용하도록 하며, 폐기물 생산자의 책임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BMW, 토요타 등 해외 유수의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앞 다퉈 CFRP 재활용 기술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폐 CFRP를 재활용하는 유일한 방법은 CFRP를 구성하는 고분자 수지를 분해함으로써 탄소섬유를 회수하는 방법이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폐 CFRP를 고온에서 소각해 재활용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고분자 수지 물질을 열분해해서 탄소섬유만을 회수하는 것으로, 유독가스 발생과 함께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경제 논리에 의해 탄소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이 방법은 명확한 한계를 안고 있다.

국내에서는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세계 최초로 수용액을 이용해 CFRP를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 현재 양산화에 힘쓰고 있다. 이 기술은 물과 저렴한 첨가제만 사용해 섭씨 100도의 열을 가해 처리하는 방식이다. 1500원 안팎의 비용으로 폐 CFRP 1㎏을 처리할 수 있다. 또 기존의 고온소각법이 탄소섬유만을 회수할 수 있는 데 비해 탄소섬유와 분해시킨 에폭시 수지까지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재활용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국내 CFRP 산업은 탄소섬유를 양산하고, 이를 이용한 신산업이 파생되는 단계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국가 산업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CFRP 친환경 재활용 기술 개발에 국가 차원의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과학자의 연구개발(R&D)이 절실하다. 친환경 CFRP 재활용 기술 보급은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응용으로 이어진다. 이는 국가 산업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나라가 '플라스틱 쓰레기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고 세계 CFRP 산업 시장을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고문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탄소융합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 goh@kis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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