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일 갈등에도 인재교류는 '활활', "인재라면 국적 상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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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4일까지 나흘간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한국 인재의 일본 IT 취업 확대를 위한 스마트클라우드(SC) IT마스터 잡페어가 열렸다. 최종 면접을 위해 무역아카데미 교육생들이 대기하고 있다.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도 양국 간 인재교류 현장은 태풍의 눈처럼 평온했다. 오히려 이를 상쇄하기라도 하려는 듯 교류 분위기는 더 활발했다.

1일부터 4일까지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SC) IT마스터 잡페어'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한국 인재와 미래를 준비하는 일본 기업 간 만남 속에서 차분하게 치러졌다.

'SC IT마스터'는 무역아카데미가 2001년 개설해 현재까지 2393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대표적 일본 IT기업 취업과정이다. 교육생은 11개월간 프로그래밍, 일본어 등을 배운다.

이번 잡페어는 IBM재팬, 파소나테크, 테크노프로, 코코네 등 일본 유수 IT기업 62개사가 참여해 교육생 65명에 대한 최종 면접을 진행했다. 수시면접과 잡페어를 거쳐 취업률이 98%에 이를 정도다.

전날 일본이 반도체 수출 규제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우리 정부는 깊은 유감과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경색된 한일관계에도 일본 기업들은 한국 인재를 적극적으로 찾았고, 하루 12시간 이상 일본 IT기업 취업을 준비해 온 교육생 표정에는 면접을 앞둔 긴장 외에 다른 분위기를 읽기 어려웠다.

현장에서 만난 남효정(31세)씨는 대학 졸업 후 출판일을 하다 일본 IT 분야 취업으로 진로를 바꿨다. 전자책 업무를 맡으면서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쌓으면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인문계열 전공에 일본어도 못했지만, 강도 높은 맞춤형 교육과정을 통해 일본 IT 분야 취업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일본에서 5곳 면접을 앞뒀다. 이미 지난 4, 5월 한국에서 서류면접을 통과한 곳이다.

이날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잡페어를 찾은 유젠의 강병철 최고개발책임(CTO)은 “학교, 전공, 어학실력은 거의 보지 않는다”면서 “회사 지원동기와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프로젝트에서 맡은 역할과 내용을 잘 설명할 수 있는지를 주의깊게 본다”고 말했다.

강병철 이사는 누구보다 한국 인재의 역량에 대해 잘 아는 인물이다. 강 이사 역시 2003년 무역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고 일본에서 취업했고, e커머스솔루션기업인 유젠 창업까지 했다. 현재는 동문 간 정보교류와 후배들의 현지 적응을 돕기 위한 총동문회장까지 맡고 있다.

한국 인재 요청 늘면서 무역협회는 일반 직종의 일본 취업을 확대하기 위해 2일 도쿄에서 일본 최대 외국인 채용 알선기업인 네오커리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강 이사는 “2000년대 초반 일본에 왔을 때만 해도 3개월 단기비자밖에 안 나왔지만, 현재는 처음부터 3년, 5년 장기 취업비자가 나온다”면서 “한국인이 가진 근성과 업무에 대한 적극성을 높이 평가하는 일본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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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유젠 최고개발책임(CTO)가 잡페어에서 무역아카데미 교육생들에게 최종 면접을 위한 조언을 해주고 있다.

실제로 잡페어 참가회사도 2015년 52개사에서 2016년 100개사, 2017년 135개사, 2018년 141개사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회사 코코네도 한국 IT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잡페어에 처음 참가했다. 이번 잡페어를 통해 5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홍기 코코네 최고개발책임(CTO)은 “어느 정도 기본기를 갖춘 인재들이 지원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무역아카데미 커리큘럼이 트렌드에 맞는 기술을 가르쳐준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전했다.

일본 기업들은 단순히 IT인력 채용에만 목적을 두지 않았다. 20년 뒤 회사의 중추적 역할을 할 인재로 일본인,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우수한 인재를 찾았다.

도쿄에서도 가장 부동산이 비싸다는 롯폰기힐즈에 회사를 둔 중견 IT기업 테크노프로는 한국인 인재에서 회사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다. IT 부문에만 3500명이 일하는 이 회사는 180명의 신입 중 30명을 한국인 IT인재로 채용할 계획이다.

하마사키 겐이치 일본 테크노프로 IT부문 인사 담당이사는 “국적을 불문하고 능력 위주로 채용하고 있다”면서 “최고경영자(CEO)가 인재의 국적은 상관없고, CEO가 반드시 일본인이 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최근 우수 외국인 인력에 대해 문을 활짝 열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과 아베노믹스, 인구감소 등의 영향으로 IT개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조사에 따르면 오는 2030년에는 IT 전문인력 부족 규모가 약 59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도쿄(일본)=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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