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죽음의 계곡' 건넌 나노기술...기술사업화 새 지평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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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융합2020사업단이 27일 경기도 광교 경제과학진흥원에서 과기부, 산업부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사업화 누적 매출 5000억원 달성 성과보고회를 열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신기술이 사업화에 성공하는 것을 두고 흔히 '죽음의 계곡'을 건넜다고 표현한다. 기술사업화가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기술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마지막 단계며 연구개발 효율성을 결정하는 단계라는 의미다. 세계 각국은 연구 성과를 효과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 추진해 온 '나노융합2020사업' 누적매출 5000억원 달성 성과가 주목받는 이유다.

◇나노융합2020사업은?

나노융합2020사업은 대학과 연구소 등 나노분야 공공부문 연구개발 성과를 나노기술과 사업화 아이디어를 보유한 수요기업을 연계해 신제품 사업화 또는 제조공정 혁신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나노융합기술 상용화 R&BD 사업이다. 지난달 말 기준 사업화 매출액 5076억원을 달성하며 사업화 착수 이후 7년 만에 정부 투자액 1200억원의 4배에 이르는 성과를 냈다.

이 사업은 세계 나노융합기술 시장이 연평균 18% 수준으로 성장해 2020년 약 3조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됨에도 기술개발 경쟁력과 나노기술 제품화 능력을 신제품·신시장 창출로 연결하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사업화를 추진하기 위해 시작됐다.

기존 연구성과 상용화를 목적으로 공공부문이 보유한 상용화 가능한 우수 나노기술(특허)을 산업계 실제 수요와 연계해 3년 이내 조기에 사업화를 달성하도록 지원하는 '우수 연구성과 상용화 지원 사업'과 나노기술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중소·중견)현장에서 부딪히는 긴급한 현안에 공공부문의 전문가 혹은 기술을 매칭하여 단기간 내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현안해결 나노기술 매칭지원 사업'으로 구성됐다.

◇'5000억원 매출 달성' 어떤 의미가 있나?

기술사업화는 연구개발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우수한 기술을 개발했다는 보고는 많지만 정작 사업화된 예는 많지 않다. 그 중에서도 나노기술은 연구개발부터 기술사업화까지 장기간이 소요되고 실패율도 높다. 이같은 분야에서 단기간에 투입 대비 420% 이상의 사업화 성과를 거둔 것은 기술사업화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다. 기초연구와 사업간 괴리감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특히 나노융합2020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이들이 새로운 나노제품으로 수천억원대 매출을 달성한 것 자체로 높이 평가받을만 하다. 이 중 80% 이상은 수출에 기여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은 “4차 산업혁명의 급진전으로 지식의 빠른 사업화가 화두가 되고 있고 기술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이른바 '딥테크놀로지(deep technology)' 사업화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시장 수요에 기반을 두고 전문가들이 사업화에 적극 참여하는 나노융합2020사업 방법론이 향후 딥테크놀로지 영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기술사업화 성공 요인은?

나노융합2020사업은 선행연구로 개발된 성과를 시장 수요와 직접 연결시켜 사업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성공률을 높였다. 사업단은 일종의 엑셀러레이터 역할을 한다. 운영에 있어서도 △주관기업 책임제 △책임 평가제 △현장 맞춤형 지원 등 '파격'을 시도해 최근 많은 기관이 벤치마킹 사례로 삼고 있다.

성공요인으로 꼽을 만한 것은 '시장수요 연결'이다. 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연구 성과 중에서 선택하고 이전받아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위해 연구자가 보유한 기술을 기업 앞에서 공개 발표하는 기술교류회를 개최한다. 기술을 선택한 기업은 유상으로 기술을 이전 받은 후 사업화 지원을 신청한다.

'기업 역할 강화'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기술사업화 주체인 주관기업이 책임성 있게 사업화를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자율성 기반의 책임 실행을 주문했다. 주관기업이 사업화 목표, 기간, 소요비용, 참여기관 등을 자율로 결정해 사업을 신청하도록 했다. 사업단은 기업이 신청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업화 성공 가능성, 파급효과, 비용을 기준으로 심사한다. 주관기업은 전권을 부여받는 대신 사업화의 성공 혹은 실패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진다.

사업 운영 측면에서는 '책임 관리 제도'를 들 수 있다. 평가위원이 과제수행 결과를 단순 평가하는 것으로는 실질 성과 창출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과제 선정에서부터 종료까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현장을 점검하는 관리 체계를 운용한다. 또 '현장 중심' 지원으로 변화가 심한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과제수행에 신속히 반영해 성공률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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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기술(nanotechnology, NT)이란?

NT는 10억분의 1미터인 나노미터 크기 수준에서 원자, 분자 및 초분자 등 물질을 합성하고 (자기)조립, 제어하며 혹은 그 성질을 측정, 규명하는 기술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1~100 나노미터의 크기를 가진 물질을 합성하고 합성한 대상을 활용하는 기술을 나노기술로 분류한다. 축소된 대상물을 이용하거나 크기에 의존하는 물성을 이용하므로 기존의 미크론 영역에서 얻을 수 없었던 혁신적인 기술이나 산업 창출이 가능하다.

◇나노융합2020사업 성과 요약

△참여기관: 114개 기업(중소기업 98 개, 중견기업 12 개, 대기업 4개), 46개 대학, 68개 연구소

△사업화 매출: 5076억원(연구비 10억원 당 42억3000만원, 사업 기여율 반영)

△사업화 내용

-사업화 성공기업 29 개, 사업화 제품 85건 (세계일류상품 2건, 세계최고 제품 2건)

-신규 고용 창출 641명(연구비 10억원 당 5.3 명)

-특허 출원 358건, 특허 등록 148건

△기타 효과: 사업화 기간 평균 2.3년 단축 (4.8년→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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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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