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화웨이 배제, 서두르는 게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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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취재원을 만나면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있다. 화웨이다. 전·현직 정부 관료, 기업인, 교수 등 예외 없이 대화 주제로 거론한다.

미국의 노골적 화웨이 제재 압박과 화웨이를 배제하지 말라는 중국의 집요한 공세가 동시다발적인 만큼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라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단은 일치한다. 모든 사람이 우리나라 처지가 '고래 싸움에 낀 새우 꼴'이라고 한다. 오도 가도 못하는 진퇴양난 그 자체라 한다.

솔로몬이 부활해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한다.

화웨이 이슈에 대해 모두 걱정한다. 그러나 아무도 명쾌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다. 다만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애꿎게 화를 당해선 안 된다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대화는 우리나라 정부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알맹이 없는 결론으로 끝나기 일쑤다.

사실 누가 봐도 어려운 문제임이 분명하다.

미국의 요구대로 화웨이를 배제하자니 중국의 보복이 두려운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자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불허다.

그래서일까, 정부는 이렇다 할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원론만 내놓고 있다.

곳곳에서 정부를 비판한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우리나라 기업에 불똥이 튀었는데 뒷짐만 지고 있다며 성토한다. 정부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책임을 기업에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양자택일이 쉽지 않음을 감안하면 수긍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없지 않다. 미국의 화웨이 배제 요구를 거부한 독일과 프랑스처럼은 아니더라도 '화웨이 5G 장비에서 보안 문제가 확인되면 배제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이라도 피력했으면 어땠을까 한다.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이 지속될 경우 자칫 미국과 중국 양국으로부터 신뢰를 잃을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당장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택할 게 아니라 치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는 트럼프와 시진핑이 극적으로 합의하는 게 우리나라에는 최선이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미국이든 중국이든 일방적 승리로 결론 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자는 선택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후자는 선택이 쉬워진다.

그러나 이들 2개 시나리오 모두 가능성이 희박하다.

화웨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지속되는 한 우리나라에 미치는 후폭풍은 예측불허다.

양자택일을 요구받는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선택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이 현재는 물론 미래 전략 부재의 동의어가 아니길 바란다.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마뜩하지 않지만 분명한 건 미국과 중국이 우리나라를 각자 진영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내일 택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우리나라가 굳이 결정을 서두를 필요는 없어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압박 및 공세를 러브콜로 바꿀 때까지 기다리는 건 무모한 시도일까.

화웨이 배제 여부를 서두르는 게 능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이익을 최대화하는 시점에서 결정하면 된다.


김원배 통신방송부 데스크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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