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핵심 전략회의인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실용적으로 재편한다. 3개 사업부문별로 상황에 맞게 개최하고, 국내외 주요 임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회의는 하반기에만 실시한다. 글로벌 전략회의를 통해 실적 부진과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3일 IT·모바일(IM) 부문을 시작으로 부문별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에 돌입한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삼성전자가 6월과 12월에 각각 개최하는 핵심 전략회의다. 기존에는 세트(IM·CE)부문과 부품(DS)부문으로 나눠 수원과 화성, 기흥 등에서 국내외 핵심 경영진과 임원 수백명이 한 자리에 모여 회의했다.
하지만 올해는 세트 합동회의 대신 IM, CE, DS 각 부문별로 독립적으로 개최한다. 일정도 각 부문이 자율적으로 정했다. DS부문은 다음주 회의를 열 예정이다. CE부문은 국내에 한번에 모이는 대신 최고 경영진이 해외 출장을 갈 때 현지 점검회의 식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상반기 회의를 다소 축소한 것은 실용성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인사와 조직개편 등을 거친 뒤 실시하는 하반기 회의에서 굵직한 전략을 논의해 추진하고, 상반기에는 사업에 보다 중점을 두는 방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 후 사업에 집중할 시기인 만큼 한번에 모이는 것보다 필요에 맞춰 회의하는 방향을 선택했다”면서 “하반기에는 기존처럼 전체 세트부문과 부품부문이 한 자리에 모이는 회의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회의에서는 각 부문별·지역별 제품 전략과 함께 위기 대응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됐고,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글로벌 사업 환경도 변수가 많다. 특히 삼성전자에 있어 미국과 중국이 모두 중요한 시장인 만큼 각 부문별로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영향을 살펴보고, 대응책 마련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부문별로는 DS부문은 반도체 실적 회복과 기술 격차 확대 방안, IM부문은 갤럭시폴드 출시와 스마트폰 실적 개선, CE부문은 TV 시장 1위 지속 방안과 생활가전 경쟁력 강화 전략 등이 화두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핵심 전략회의를 축소하는 것이 연이은 검찰수사 등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TF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업지원TF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주요 임원이 잇달아 소환되고, 일부는 구속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