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새로운 디스플레이 측정 기준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특히 잔상(번인) 측정 기준을 놓고 양사가 서로 전혀 다른 방식을 고수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VD사업부는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 새로운 잔상 측정 방식을 제안한 논문을 발표했다.
삼성, LG를 비롯한 세계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들은 SID 산하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에서 관련 표준 규격 개정을 지속 논의하고 있다.
삼성전자 VD사업부는 방송사나 프로그램 로고 등 고정된 이미지에서 잔상이 주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여러 위치에 고정 패턴을 배치하고 동영상을 가동하며 잔상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적·녹·청(R·G·B)과 흰색 화소가 모두 들어가게끔 배치하고, 이를 고정한 뒤 그 주변을 돌아가면서 색을 변환시킨다. 고정 픽셀의 밝기와 비교해 잔상이나 효율 저하 등을 확인한다. 논문에 따르면 이 방식으로 측정한 결과 4K 액정표시장치(LCD)에서는 잔상이 발생하지 않았고, 4K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는 잔상이 발생했다. 8K LCD는 시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LG는 삼성 방식이 '사용자 기준이 아닌 잔상을 빠르게 발생시키기 위한 기준'이라며 맞섰다.
LG디스플레이는 자사가 제안한 새로운 측정 방식에 대해 “표준 결정 관련 국제기구에서 논의하고 있는 사안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면서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가 제안한 방식에 대해서는 실제 사용 환경보다 가혹한 기준을 적용, '잔상을 빨리 만들기 위한 방식'으로는 적합하지만 일반 시청 환경을 반영한 기준은 아니라고 해석하고 표준에 적합하지 않다고 봤다.
특히 삼성전자 방식이 화질을 보상하고 잔상을 방지하는 알고리즘을 원천 차단했다고 분석했다. 자발광인 OLED 특성을 감안하면 여러 보상 알고리즘 기술이 핵심이지만 이런 점이 반영되지 않아 사용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봤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제안한 방식이 모바일을 제외한 TV 패널에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VD사업부 관계자는 “모바일은 수차례 화면을 껐다 켜면서 사용하기 때문에 TV와 다른 표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LG디스플레이는 “화면이 꺼졌다 켜지는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총 누적 사용 시간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디스플레이 기술 표준에 참여하고 있는 한 국내 전문가는 “스탠더드다이내믹레인지(SDR), 하이다이내믹레인지(HDR), 4K, 8K든 관계없이 측정 방식은 바뀌지 않고 콘텐츠만 바뀌면 기존 방식으로도 충분히 측정할 수 있다”면서 “단기간에 잔상을 발생시키는 가속 테스트에서 나오는 수치를 그대로 일반 사용자환경(UI)에 적용할 수는 없다”고 조언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