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주 먹는 김치, 된장 등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바로 전통 발효식품인 동시에 건강식품이라는 점입니다. 김치나 장류에는 재료가 숙성되면서 미생물이 생깁니다. 우리는 흔히 이것을 유산균이라고 부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유산균 종류만 수백개가 넘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등 몸에 이로운 균입니다.
최근 과학계, 의료계에는 이런 균을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노력이 활발합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알려진 미생물 분석은 비만이나 아토피뿐만 아니라 치료가 어려웠던 각종 암, 치매 등도 해결하는 대안으로 부상합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무엇이며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알아보겠습니다.
Q:마이크로바이옴이란 무엇인가요.
A: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군집(Microbiota)과 유전체(Genome) 합성어입니다. 공기, 토양, 인체 등에 공존하는 모든 미생물 유전정보나 미생물군 자체를 의미합니다. 현대에 들어와 기존 개별 미생물 분석 연구에서 벗어나 인체, 동·식물 등과 미생물 간 상호작용을 유전체학에 기반한 연구, 기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확장됐습니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활발해진 것은 대용량염기서열분석 등 유전체 분석 기술(시퀀싱)이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바이옴 특성과 미생물 생태계 작동기전 분석이 가능해지고 새로운 기능, 작용 지식이 축적되면서 식품이나 제약기업에 새로운 연구 모델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건강한 신체'라는 인식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식품 선택 기준 변화와 식품 시장 새로운 소비경향도 발생했습니다. 내 몸에 존재하는 미생물 유전정보를 분석해 몸에 이로운 균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이로운 균을 늘리기 위한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을 먹으면서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는 트렌드가 확산됩니다.
Q:마이크로바이옴이 적용된 영역은 어떤 게 있나요.
A:우리가 가장 많이 들었던 프로바이오틱스를 들 수 있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적당량을 섭취했을 때 인체에 이로움을 주는 살아있는 세균을 뜻합니다. 건강에 이로운 박테리아나 효모 등 살아 있는 미생물로 구성됩니다. 유산균, 비피터스균, 인테로콕쿠스 등 균주를 포함합니다.
프리바이오틱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 먹이를 뜻합니다. 장내 유익한 박테리아 생장을 돕는 난소화성 성분으로 프로바이오틱스 영양원이 돼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대표 사례로는 이눌린이나 이눌린을 이용해 만든 프락토 올리고당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올리고당과 같이 탄수화물로 이뤄져 있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식이섬유 형태로 존재합니다.
항미생물체로 불리는 표적 항균제도 마이크로바이옴 적용된 부분입니다. 인체에 해롭지 않고 유익한 미생물을 해치지 않으면서 병원성 미생물을 목표로 삼는 기술입니다.
Q:마이크로바이옴은 헬스케어 산업에 어떤 의미를 갖나요.
A:마이크로바이옴은 산업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이 기술을 접목한 영역은 헬스케어, 식음료, 개인관리, 공기조화기술 산업을 꼽을 수 있습니다.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진단, 치료 기술 영역이 있습니다. 우리 장내에는 2조개가 넘는 미생물이 존재합니다. 각 미생물은 저마다 역할과 특성이 있습니다. 몸에 이로운 미생물이 많으면 장내 환경이 좋아지고 각종 대사나 심뇌혈관 기능까지 좋아지게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소변이나 혈액으로 장내 미생물 현황을 분석하고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서비스가 출시됐습니다. 또 몸에 이로운 균주를 이용해 대장암, 폐암, 치매, 아토피 치료제 개발도 활발합니다. 아직 전 세계에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치료제 출시는 안됐지만 향후 2~3년 안에 출시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식품시장에는 오래 전부터 프로바이오틱스 기반 건강기능식품이 출시됐습니다. 홈쇼핑을 보면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 기반 분말 형태 건강기능식품이 자주 광고로 나옵니다. 최근에는 몸에 이로운 균이 많이 들어간 김치, 장류 등 식품으로까지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부, 탈모 등 개인관리 영역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이 주목 받습니다. 미생물은 장내뿐만 아니라 피부, 구강, 생식기 등에도 존재합니다. 몸에 이로운 균을 넣은 화장품, 치약, 샴푸, 생리대까지 출시됐습니다.
새집증후군 등 좋지 않은 공기가 아토피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됩니다. 공기에도 많은 미생물이 존재합니다. 실내 공기 질을 개선하기 위한 HVAC(공기조화기술)에도 프로바이오틱스 기술이 접목됩니다.
Q:우리나라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은 어느 수준인가요.
A:세계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은 태동기에 해당합니다. 미국이 앞서 있긴 하지만 세계 어느 국가·기업도 확실히 주도권을 잡지 못한 상태입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발효식품을 즐겨 먹은 데다 세계 수준 유전체 분석 기술을 보유했습니다.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에서 선도 위치에 서기 위해 정부, 기업이 노력 중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매년 100억원 가까이 투자해 각종 암, 심뇌혈관 질환 치료제 개발을 지원합니다. 인체 미생물을 확보하고 분석하는 마이크로바이옴 뱅크도 구축했습니다. 기업이 개발한 치료제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정부 허가가 필요합니다. 허가에 필요한 요건을 정리한 가이드라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올해 중 배포할 예정입니다.
기업도 자체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냅니다. 지놈앤컴퍼니는 9월경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할 계획입니다. 세계 최대 시장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실시해 치료제까지 내놓는 게 목표입니다. 바이옴로직도 올해 중으로 염증성장질환(IBD), 노인성 황반변성 등 질환을 대상으로 FDA IND를 신청할 예정입니다. 이 밖에 천랩, MD헬스케어 등 여러 기업이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서비스와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관련도서]
◇내 몸을 살리는 마이크로바이옴, 남연우 지음, 모아북스 펴냄.
현대의학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21세기형 난치병이 '마이크로바이옴'으로 해결 실마리를 찾고 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항생제 오남용 실태와 질병 세계를 알아보고 미생물과 질병 간 상관관계를 상세하게 알려준다. 우리 몸속 미생물 세계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왜 미생물이 새로운 대안이며 장내 미생물총에 영향을 주는 바이오틱스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본다. 현대인에게 마이크로바이옴이 왜 새롭게 주목받는지, 우리 몸속 장내 '착한 미생물'이 왜 '제2 게놈'으로 각광받는지는 살핀다.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은 무엇이 있는지도 소개한다.
◇미생물군 유전체는 내 몸을 어떻게 바꾸는가, 롭 드살레·수전L.퍼킨스 지음, 갈매나무 펴냄.
인간 몸과 그 주변에 자리 잡고 살아가는 미생물에 대해 소개한다. 그리고 인간과 미생물군유전체가 맺어온 관계도 이야기한다. 두 명의 저자는 지구에서 생명이 조직되는 방식을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해 오늘날 미생물이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다방면으로 추적해나간다. 책을 통해 때로는 집 안, 지하철, 공중화장실 등 미생물 분포를 분석한다. 또 대장, 손, 겨드랑이, 배꼽, 성기 등 우리 몸 구석구석이 미생물 서식지로 지니는 의미를 살펴본다. 독자는 내 몸이 미생물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또 그 관계가 내 몸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주최: 전자신문, 후원: 교육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