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융합한 입법 업무 지원 시스템을 도입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기술을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면서 대국민·대의회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른바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벗고 '선진국회'로 나아가는데 첨단 기술 활용 폭을 넓힌다.
6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사무처,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 등 국회 내 입법지원 기관이 순차적으로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업무 전반에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국회 행정 사무를 전담하는 국회사무처는 '지능형 입법정보서비스' 구축 사업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 사업을 실시, 올해 연구용역 결과를 받았다. 국회사무처는 내년도 사업을 통해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조직 내 업무 능률 향상, 대국민 홍보 서비스 강화를 꾀한다.
확장성표시언어(XML)를 이용해 맥락은 같고 글자만 바꾼 유사·중복 법안을 걸러낸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현재는 법안을 한글파일로 읽으면서 검토하다 보니 비능률적”이라면서 “현재처럼 한글파일로 개정안을 제출하면 XML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조문을 분석하는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국민, 대의회 지원서비스를 위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과 홈페이지를 개편한다. 김영란법 등 국민에게 널리 알려진 이름으론 현재 법안 검색이 되지 않는다. 정식명칭인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검색해야 하는 불편함 해소가 목적이다. 네이버 등 대형포털처럼 의원을 검색했을 시 의원이 발의한 법안, 회의록, 통계 등의 자료가 모두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4일 '빅데이터를 활용한 경제데이터 분석 사례 및 방법론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예산 약 2000만원을 투입한다. 연구용역 결과는 9~10월께 나올 예정이다.
예산정책처는 정부 예산안·결산과 기금 분석 등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민간은 물론 경제정책 기관도 물가나 심리, 국내총생산(GDP) 지표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향후 빅데이터가 경제지표 개발 및 분석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발주 배경을 설명했다.
예산정책처는 연구용역 결과를 지켜본 뒤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종후 예산정책처장은 “국회의원에 대한 예산심사 지원 업무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민의 재정에 대한 관심을 파악, 눈높이에 맞는 분석보고서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도 AI 도입을 검토한다. 예산 2500만원을 들여 4개월 간 연구용역을 실시한 뒤 실제 업무 도입 여부와 범위를 결정한다. 연구용역 사업자는 선정 과정에 있다.
입법조사처의 주 업무인 국회의원 입법 활동 지원 업무에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입법조사관의 업무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지원 기관 가운데 가장 먼저 빅데이터·AI 도입에 나선 국회도서관은 오는 26일 '공유(Share), 개방(Open), 협력(Connect)' 가치를 담은 '지식정보 SOC' 전략을 선언한다. 양질의 데이터를 국민에게 개방·공유한다. 지난 2월 빅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의회 지원 서비스 '아르고스'를 선보인 데 이은 것이다.
국회도서관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을 통한 모바일 열람증 시범 서비스도 시작했다. 국민 누구나 신분증을 맡기는 번거로운 절차 없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내려 받아 국회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