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넷플릭스 약관이 국내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항을 담고 있다는 전자신문의 지적을 반영, 정식 검토에 착수했다. 넷플릭스는 준거법을 국내법으로 변경하면서도 정당한 배상 청구를 배제하는 등 독소 조항을 유지, 국내 소비자의 빈축을 샀다.
공정위는 넷플릭스에 불공정 약관 조항을 자진 시정할 것을 권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넷플릭스가 권고에 따르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불응하면 검찰 고발까지 가능하다. 공정위는 넷플릭스 약관의 불공정성 여부 검토를 시작했다고 30일 밝혔다. <본지 5월 15·28일 1·2면 참조>
최근 넷플릭스는 '이용약관은 대한민국 법률 적용을 받고, 그에 따라 해석된다'고 공지하며 준거법을 네덜란드법에서 한국법으로 변경했다. 그럼에도 불공정 소지가 있는 조항은 그대로 유지해 '수박 겉핥기' 개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넷플릭스는 약관에 △서비스 중단이나 오류가 없을 것이라고 보증하지 않는다 △회원은 넷플릭스를 상대로 모든 특별·간접·2차 배상 청구 권리를 포기한다는 조항 등을 명시했다. 넷플릭스 측에 원인이 있는 문제가 발생해도 광범위하게 책임을 지지 않고, 정당한 배상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는 약관법 6·7·10조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태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일부 언론에서 넷플릭스 약관을 지적,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직권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손해배상청구 배제 조항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약관의 불공정성이 비교적 명확한 만큼 조만간 시정 권고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60일 안에 자진 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정위는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시정명령도 이행하지 않으면 검찰 고발이 가능하다.
공정위는 지난 3월 구글에 시정을 권고한 불공정 약관 조항이 모두 개선됐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구글 약관의 총 8개 조항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으며, 자진 시정이 이뤄지지 않은 4건에 대해서도 구글이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구글은 종전에 회원 저작물(콘텐츠)을 사실상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조항을 운용했다. 앞으로는 서비스 운영, 홍보·개선 등으로 콘텐츠 이용 목적을 한정한다.
일방적 회원 콘텐츠 삭제, 계정 해지, 서비스 중단 조항도 개선했다. 위법·유해한 콘텐츠가 게시된 경우 콘텐츠를 먼저 차단하거나 계정을 해지하고, 그 사유를 회원에게 즉시 통지해서 이의제기를 곧바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서비스 변경·중단이 필요한 경우는 성능 개선, 불법 활동 방지 등으로 구체화했다. 회원에게 불리한 변경·중단이 이뤄질 때는 사전에 통지하도록 했다.
약관에 중대한 변경이 있는 경우 사전 통지를 하고, 30일 이후에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시정했다. 포괄적으로 동의를 받았던 서비스 약관과 개인정보 수집은 각각 동의를 받기로 했다. 다만 구글은 국내 약관만 변경하기로 해 글로벌 정책은 개선되지 않아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과장은 “개선된 약관은 기술적 조치 등을 거쳐 8월 중순 경 구글 홈페이지에 게시될 예정”이라면서 “구글이 글로벌 약관까지 고치기를 기대했지만 법리에 충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