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67>P2P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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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기업간거래(B2B),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요즘 기업에는 필수 용어다. 여기서 B는 기업(Business)이다. C는 물론 고객(Customer)이다. B2B 사업을 한다는 것은 기업을 상대한다는 의미다. B2C란 소비자를 상대하는 비즈니스를 말한다.

물론 다른 형태도 있다. C2C, C2B, C&C2B 등도 있다. C2C는 소비자 간 직접 거래다. 소비자가 가격을 역제안하는 C2B도 가능하다. C&C2B는 여러 소비자가 모여 기업을 상대하는 방식이다. 이런 것을 모으면 이커머의 훌륭한 장터이자 플랫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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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혁신에 필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이 흔한 질문은 혁신을 어떻게 시작하면 되느냐는 물음과 같다. 사실 글로벌 기업조차 이런 고민을 한다.

이베이는 스케일업에 성공한 최초의 닷컴 기업 가운데 하나다. 거리낌 없을 것 같던 이베이가 갑자기 성장을 멈춘다. 별안간 블루오션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했다. 그 가운데에는 아마존이라는 강자도 있었다. 사업 다각화도 한몫한다. 스카이프 투자는 수익은 남겼지만 정작 이베이엔 도움이 안 됐다. 2004년 59달러이던 주가는 2009년엔 10달러까지 떨어졌다.

이 무렵 존 도나호가 최고경영자(CEO)직을 맡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한때 자랑거리이던 옥션 방식은 더 이상 참신하지 않았다. 이커머스는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옮겨 가고 있었다.

도나호는 유망한 벤처기업을 인수한다. 밀로도 그 가운데 하나다. 잭 에이브러햄은 25살 때 저가 검색엔진으로 밀로를 창업했다. 도나호는 에이브러햄이 계속 경영을 맡는 조건으로 밀로를 인수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에이브러햄은 이베이 홈페이지를 바꾸자고 제안한다. 도나호가 한번 계획을 세워 보라고 한 그날 오후 에이브러햄은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를 찾고 저녁엔 엔지니어를 만나 설득해서 이튿날 아침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도냐호는 이렇게 인수한 기업과 창업가들을 이베이보다 큰 플랫폼에 붙여 넣는다. 고객 1억3000만명의 이베이는 이들이 얼마든 헤엄칠 큰 풀장이 됐다.

혁신원천이라는 용어가 있다. '당신이 혁신이 필요할 때 어디서 아이디어를 찾아야 하나요'란 질문에 답하는 대목이다. 혁신원천은 이커머스를 고스란히 닮아 있다.

B2B 방식이라면 당신의 혁신원천은 기업이다. 공급 업체와 수요 기업 모두 훌륭한 혁신원천이 될 수 있다. B2C라면 아이디어는 소비자와 고객에서 온다. C&C2B를 뒤집으면 B2C&C가 된다.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크라우드소싱하고 집단지성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노센티브(InnoCentive)'의 전매 특허다.

도나호는 이베이라는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심한다. 결론은 P2P였다. 자신을 다른 혁신을 위해 내놓았다. 플랫폼의 플랫폼이 되고자 했고, 훌륭한 혁신원천이 됐다. 도냐호의 재임 기간에 이베이 주가는 다섯 배 뛴다. 훗날 서비스나우라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의 CEO로 자리를 옮긴 것이 우연일까.

혁신은 분명 멈춘다. 아이디어는 결국 정체된다. 이베이에 기업 인수 목적은 기업 가치나 기술이 아니었다. 혁신 자체가 목적이었다. 여기로 와서 당신의 혁신을 한번 해보라는 제안이다.

그럼 당신에겐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베이처럼 큰 어깨가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의 어깨를 짚도록 내놓아 보라고 조언한다. 결국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혁신이다. 어느 날 성장이 멈추면 이 조언을 꼭 한번 생각해 보라.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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