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사의 디지털보]<10>수파리(守破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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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후 자신의 의지로 어떤 것을 배워본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 어학과 취미에 관한 답을 한다. 학교 다닐 때 공부한 것은 학생으로서 한 것이고 직장에서 업무 관련해 일을 배우는 것도 환경적 요인이다. 자신의 의지로 수영, 테니스, 무술, 골프, 영어, 일본어 등을 배우려면 레슨을 받게 된다. 레슨과 연습을 통해서 최상급으로 실력이 향상되는 단계를 살펴보면 의미 있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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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을 하거나 무술을 연마할 때 마주치는 이론 중에 수파리(守破離)라는 것이 있다. 검도를 연마할 때 많이 인용되는 수파리는 원래 불교 용어다. 수(守)는 스승의 가르침이나 모범을 배우고 지키는 단계다. 파(破)는 그러한 가르침과 이론을 깨거나 새로운 응용을 해보는 단계다. 리(離)는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 기존의 가르침이나 이론과 결별하는 단계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수·파·리. 단계로 이해해 보자.

수(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관한 필요성 인식과 적용 단계다.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분석하고 컨설팅을 받고 솔루션을 도입한다. AI, 챗봇, 빅데이터, RPA, 디지털 채널 개편 등 사업을 수행하지만 생각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 단계다.

마이클 해머 교수는 1990년 HBR에 혁신 분야의 기념비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그가 강조한 '자동화하지 말고, 없애 버려라(Don't Automate, Obliterate)' 라는 개념은 3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챗봇은 상담사 업무를 자동화하려는 시도다. RPA 또한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자동화하기 전에 업무처리 방식을 효율화해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거나 혁신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비용과 능력 문제로 쉽지 않다. 솔루션으로 자동화만 하려는 것은 수(守)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골프에 비유 한다면 레슨프로 지시를 충실히 수행하며 연습에 열중하지만 필드에서는 '백돌이' 실력이다. 장비를 신형으로 교체하고 레슨 프로를 찾아다니는 단계다.

파(破)의 단계에 이른 조직은 컨설팅 수행과 솔루션 도입 이후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를 찾아 해결책을 모색한다. 외부 솔루션에 우리 회사의 상황에 맞도록 특정 기능 추가나 변경을 요구하기도 한다. 골프에서 레슨프로 가르침을 의심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공을 쳐보고 고수의 비급을 구하는 단계다. 이론 연구와 연습과 실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 자칫 싱글의 문턱에서 좌절해 '명랑골프'로 퇴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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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離) 단계의 조직은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쳐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하거나 방법론을 설립해 업계의 새로운 모범이 된다.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자신들을 모방하며 따라오는 경쟁사보다 더 앞서가기 위해 노력한다. 골프에서 싱글 핸디캡퍼가 된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에 맞는 스윙 방법과 플레이 전략을 찾아내는 유형들이다. 현자는 은둔한다는 말처럼 깨달은 자는 그것이 몇 마디 말로 해결되지 않고 수파리의 지난한 수련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말이 없다.

수파리 개념이 무술의 연마, 특히 검도에 깊이 뿌리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격투기와 달리 검도는 일족일도(一足一刀) 거리에서 목숨을 걸고 대결한다. 한 발 더 디디면 한 칼의 거리인 극도의 긴장 상태다. 목숨을 건 대결에서 스승의 검법을 따라하는 수준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깨치고 나아가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내는 수련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 회사는 일족일도의 거리에서 목숨을 건 한 판 승부를 하고 있다는 절박함과 긴장감이 있을까. 아직도 트렌드와 타 회사 사례만 언급하는 디지털 혁신팀이라면 수파리를 생각하며 분발해야 한다.

강태덕 박사 streetsmart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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