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13>먹지 못해도 아이를 학교에 보낸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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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은 빵이 없어 배를 곯을 때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습니다. 오늘의 한국을 만든 힘은 교육과 정보통신기술(ICT)입니다.”

2만달러 국민소득을 달성한 비결에 대해 묻는 아프리카 르완다의 국회의원들 질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었다. 10년 전에 1000달러 미만의 소득과 부족한 천연자원으로 허덕이던 그들에게 던진 한마디가 이제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우리 교육을 돌이켜보게 한다.

학교가 획일화된 모습을 보이면 공권력에 제압됐거나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는 뜻이다. 후자가 바람직하지만 우리나라 경우는 아니다. 대학은 물론 유치원까지 국고보조금과 교육감사라는 당근과 채찍 때문에 정부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교육부 수장이나 부처 잘못도 아니다. 외부 환경에 지배되지 않고 '교육 백년대계'를 이룰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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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빙자한 정권의 입시제도와 교육정책 변화가 혼란 주범이다. 입시 정책 변화로 초·중·고 교육 방향과 내용이 180도 틀어지고, 대학 수시·정시 비율이 정권의 편견으로 널뛰기 한다. 심지어 국민을 호도하는 방법으로 정치에 악용하기도 한다. 정권에 종속된 교육은 다양화도 불가능하다. 국민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기보다는 전인교육과 맞춤형 평가 기반으로 교육은 변모해야 한다. 부정을 원천 방지한다는 미명 아래 단순한 방식을 택하는 것 자체가 행정 편의에 몰입한 구태의연한 정책이다.

한 직장에서 뼈를 묻고 가업을 이어받는 시대는 지났다. 대여섯 번 이직을 경험케 하는 4차 산업혁명 덕분에 자율자동차, 인공지능(AI), 로봇, 폐쇄회로(CC)TV, 드론 등이 밀어낼 다양한 직업군 중심으로 '새로운 직업 찾기 게임'이 시작되고 있다. 직업 교육은 구직을 위한 준비를 넘어 미래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식된다. 전 국민 대상의 끊임없는 직업 교육 보편화가 필요하다.

지능정보화 사회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교육이 '단순한 배움에서 즐김'으로 변화할 것을 요구한다. 요가, 노래, 드론, 여행, 춤, 바둑, 요리, 토론 등 국민 생활에 밀접한 '여가교육' 재료는 수없이 많다. 인구 감소로 폐교해야 하는 대학 공간과 인력 자원을 여가 교육에 동원하면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고 대학 문제를 해결하는 일거양득의 묘법이 될 수 있다. 대학 폐교 문제를 시장에 맡긴다는 정부의 현실 회피는 수십만 실업자와 국민 생활을 외면하는 처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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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학(?)에 가려고 학원에 다니고, 시험지 유출을 방조하는 학부모와 학교 수업이 입시를 위해 존재하는 초·중·고는 정상이 아니다. 교육과 연구의 정점인 대학을 취업 준비용으로 폄훼하는 생각도 잘못이다. 학교가 각각의 특성에 맞는 교육 내용과 환경을 창출하고, 인터넷에서 공유함으로서 합의점을 찾고 진화해 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강제로 만드는 '하나'의 부작용에 이끌려 다니는 구태는 종식될 때다.

일각에서는 무능하고 간섭하는 교육부 폐지론을 들고 나오기도 하지만 답은 아니다. 제대로 된 교육은 국민 행복과 경제 발전 초석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국민 교육이라는 수레바퀴가 잘 굴러 가도록 돌보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각 대학은 스스로 특성화된 모습을 갖추는 일을 한시도 미룰 수 없다. 교육부가 입시 행정을 포기하고 직업 교육, 여가 교육 등 제 기능에 충실해서 존중받는 정부의 중심 부처로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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