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장비는 이미 통신과 전력, 철도 등 국가기반시설 깊숙이 침투한 상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 기업과 공공기관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통신사는 유·무선 분야에서 화웨이 통신장비를 널리 사용한다. 롱텀에벌루션(LTE)과 5세대(5G) 이동통신에서 LG유플러스의 화웨이 기지국 사용 사례가 가장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통신 4사 모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다.
유선 광전송장비 부문에서 KT와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모두 화웨이 장비를 쓴다. 최근 4사 모두 사용을 늘리는 추세다. 가격으로 승부하던 과거와 달리 성능까지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공기관도 화웨이 장비 사용을 늘리는 추세다. 한국전력이 대표적이다.
한전은 2007년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다. 한전 '초고속전력통신망(KepCIT)' 주요 장비가 화웨이 제품으로 구성됐다. 한전에 설치된 화웨이 장비는 백본망 운영을 위한 DWDM(고밀도파장다중화분할장치) 23대, 광역망 및 지역망 운영을 위한 MSPP(광다중화플랫폼) 306대다.
한전은 올 연말 초고속전력통신망 고도화 사업을 앞둬 화웨이 장비 재진입이 화두로 떠올랐다. 기존 장비와 호환을 이유로 감안하면 화웨이 장비 재도입이 유리하지만, 글로벌 화웨이 배제 움직임을 간과하기도 어렵다.
철도·지하철에서도 화웨이 사용이 늘었다. 2017년 7월 서울교통공사 '정보통신 인프라 고도화' 사업에서 화웨이가 70억원 규모 계약을 따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 노후 광통신망 개량을 도맡았다. 7·8호선에도 화웨이 장비가 도입됐다.
미국이 화웨이 퇴출 압박을 지속하면 신규 장비 도입은 물론이고 유지보수 작업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공공기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특별한 정부 지침 없이 화웨이 입찰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면서 “화웨이 관련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