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1일 한국 경제의 하방 위험으로 중국 경제 성장 둔화, 미중 무역분쟁,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 가능성 등 미국·중국발 요인을 꼽았다.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무디스 정부신용평가 담당 이사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미디어 브리핑을 열어 “한국은 교역에 의존하는 국가로 전반적으로 수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이렇게 평가했다.
구즈만 이사는 “한국 수출품 수요가 줄어든 큰 요인으로 중국 경제성장 둔화를 꼽을 수 있다”며 “이제 중국이 중간재를 수입해 외국에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 자체가 최종 수요자가 되고 있어 그 수요가 위축되면 중국의 수입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 하방 위험요인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 세 번째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 가능성”이라며 “한국, 일본, 독일, 멕시코, 캐나다 등 5개국이 관세 부과에 대한 취약국이지만 한국은 (고율관세) 면제국으로 적용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앞서 무디스는 이런 위험요인 등을 반영해 지난 3월 한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1%, 2.2%로 제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구즈만 이사는 “전망치가 조금 낮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현재 구조적 요인이 아닌 경기 순응적 요인으로 압력이 발생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제력은 충분히 강하다고 볼 수 있고 현재 평가하는 동종 그룹 국가보다 훨씬 좋은 상태”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제시한 재정정책이 성장률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기술 산업이 하강 국면이지만 올 하반기부터 턴어라운드(실적개선)가 발생하면 반도체를 포함해 한국 수출에 대한 수요가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이 낮은 상태고 목표 물가상승률에도 접근하지 않아 당분간 한국에서는 완화적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금리 인상 추세를 일시 정지한 것으로 보이며 유럽중앙은행도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늦추고 있다”면서 “중국의 성장 둔화 등 여건을 보면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 등을 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