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금융'이 '산업'에 한참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글로벌 상위권에 오른 회사가 금융 분야에는 없다. 수익 모델도 대부분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무위험 저수익' 구조에 기반을 둔다. 모험적 투자나 시도는 없고 안정적인 예대 마진 위주로 금융회사가 운영돼 왔다. 해외에서 성과를 냈다는 소식도 들어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 금융업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보수'다. 안정을 너무 강조하다보니 서비스 개선은 더디고, 국가 금융 산업의 질적·양적 발전도 크게 이뤄지지 못했다. 그나마 최근 몇 년 동안 핀테크나 인터넷 전문은행 같은 새로운 정보기술(IT) 기반의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금융업 전반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는 수준이다.
이런 금융업계에서 모처럼 '혁신 금융'에 대한 강력한 방안을 발표했다. 향후 5년 동안 금융권이 225조원 이상의 혁신 금융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 따른 민간 금융권의 후속 조치다. 은행권에서는 3년 동안 기술금융·동산 분야 등에 100조원, 금융투자업권에서는 5년 동안 기업공개(IPO), 초대형 투자은행(IB) 등을 통해 125조원을 투입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NH농협, 신한금융, 우리금융, KB금융, 하나금융 등 5대 금융지주사들도 각자 구상에 맞춰 금융 혁신 프로젝트를 가동하기로 했다. 각 지주사의 색채를 반영한 혁신이 구체화하길 기대한다.
이번 금융혁신전략 발표도 금융회사가 스스로 택한 것은 아니다. 결국 정부가 주도하고 금융사가 뒤따르는 모양새가 됐다. 그나마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이렇게라도 금융사가 도전하게 된 점이 다행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금융사들이 생색내기나 과시용 개편만 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 금융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하나의 핵심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본격적인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