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 귀속된 이후 올해 말 연장 영업기간이 만료되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롯데마트 서울역점 신규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이 시작된다. 30여년간 자리를 지켰던 롯데는 두 점포 모두 반드시 수성한다는 입장인 가운데 신세계와 AK플라자 등 경쟁 업체가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여 치열한 쟁탈전이 예상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 서울역사와 영등포역사 상업공간 임대사업자 선정 입찰공고를 진행한다.
민자역사인 서울역사와 영등포역은 2017년 말 30년 점용 기간이 만료돼 국가로 귀속됐다. 역사에 입주한 상인이 사업을 정리할 수 있게 내준 임시 사용허가가 올 연말 끝나 새로운 사업자 선정에 나서는 것이다. 서울역사는 한화가 사업권을 가지고 있으나 롯데마트와 롯데몰이 위탁경영을 맡고 있다. 영등포역사는 롯데가 1987년 역을 새단장해 백화점 영업권을 받았다. 1991년부터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영업하고 있다.
이들 점포는 유동인구가 많은 특수 점포로 상징성과 뛰어난 홍보효과는 물론 매출까지 높아 알짜 점포로 분류된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매출액은 4800억~5000억원 수준으로 롯데백화점 전체 점포 중 상위 5위 안에 드는 수준이다. 서울역 롯데마트도 연매출 약 1500억원 규모로 전체 1위 매장이다.
회사를 대표하는 알짜 매장인만큼 롯데는 두 점포 모두 반드시 지켜낸다는 각오다. 사실상 출점이 제한된 상황에 이들 점포를 경쟁사에 빼앗기는 것은 유통업계 1위 업체 자존심 문제도 걸려있다는 내부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이다.
특히 그룹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높은 입찰가로 승부를 걸겠다는 입장이다. 입점상인과 계약 승계 등 기존 사업자로서의 이점도 충분히 살릴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사업자가 변경되면 인근 시장 상인회와 상생협력발전협의 등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장점도 있다. 서울역사에 롯데마트 외 이마트, 홈플러스 등 경쟁 업체가 입점하면 시설 개보수는 물론 남대문시장 등 인근 전통시장과 상생협력발전협의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영등포역사는 신세계백화점과 AK플라자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기존 영등포점과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와 묶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영등포 신세계 타운'이라는 랜드마크를 조성해 서울 서남부 상권을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인천종합터미널 소유권이 롯데쇼핑으로 넘어가면서 21년간 영업해 왔던 점포를 지난해 넘겨준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영등포역사 입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8월 구로본점 철수로 서울 내 영업점이 사라지는 AK플라자도 입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내부적으로 매력적인 매물로 판단해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롯데와 신세계에 비해 자금력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 기간이 기존 최대 10년(5+5년)에서 20년(10+10년)으로 연장하고 재임대도 허용하는 철도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업체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최고가를 써내기 위한 눈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