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23일 의원총회에서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법안을 국회법상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지정)으로 올리기로 한 합의안을 과반으로 추인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당의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며 진로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의총을 마친 뒤 “최종적으로 합의안을 추인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추인 결과에 따라 앞으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합의안의 취지를 살려 내용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는 23명이 참석했다. 총의석 수는 29석이었으나 당원권 정지 4명, 박주선·박선숙 의원 불참으로 23명이 됐다.
바른미래당은 오전부터 논란 끝에 찬성 12명, 반대 11명으로 합의안을 가결했다. 의총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55분까지 3시간 55분 동안 진행됐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1차로 다수결로 당론을 결정할지, 아니면 3분의 2 찬성으로 당론을 결정할지 표결했다. 이어 2차로 합의안에 대해 찬반 의견을 묻는 표결을 진행했다. 2차례 모두 '12 대 11'의 결과가 나왔다.
연동률 50%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과 부분적 기소권을 갖게 된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은 패스트트랙이 지정되는 시점부터 최장 330일 이내에 본회의 처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날 결과를 두고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선거법 개정은 다수의 힘으로 안 된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런 식으로 당 의사결정이 된 것은 굉장히 문제가 심각하다”며 “의총 논의 과정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지 못하면 당론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론이 아니기 때문에 원내대표가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을 절대 사·보임할 수 없다고 요구했고, 원내대표는 그러지 않겠다고 얘기했다”면서 “당의 현실에 자괴감이 들고, 앞으로 당의 진로에 대해서 동지들과 심각히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3분의 2의 의결로 정하게 돼 있는 당론을 억지 논리로 과반수로 표결하게 만들고 그런 억지를 동원한 와중에도 12대 11로 표결결과가 나왔다”며 “지난 달 이언주 의원 당원권 정지부터 시작해 패스트트랙 하나 통과시키겠다고 당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