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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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금주 무소속 국회의원(전남 나주화순)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파괴력 강한 혁신 기술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편리성 극대화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 삶과 공동체 근원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 중심에 빅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있다. 혁신 기술의 경쟁력은 데이터 확보와 활용에 있다.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규모와 범위에 따라 빅데이터를 활용한 혁신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이 결정된다. 빅데이터 연관 산업 성장이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 경쟁력을 높여 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개인정보 보호와 빅데이터 활용 사이에 적정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 여전히 빅데이터 수집과 활용이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 규제에 막혀 있다.

정부 차원에서 수년 동안 개인정보 보호 완화 등 해결책 마련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사회 합의를 이뤄 내지 못했다. 2016년에 발표한 '개인정보 비식별화 조치 가이드라인'은 규범성이 약해 실질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면에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이미 몇 해 전부터 빅데이터 시장 선점을 위한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섰다. 미국과 영국은 개인 신원이 드러나지 않게 처리된 정보를 '비식별 정보' '익명 정보'로 정의하고 활용을 보장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통해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빅데이터 활용과 분석 수준은 세계 63개국 가운데 2017년 56위, 2018년 31위에 불과하다. 심지어 데이터 활용 시장 형성은 미국의 400분의 1, AI 기술은 미국의 78% 수준에 불과하다.

2017년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상위 100대 스타트업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우리나라의 법·제도에 적용했을 때 비즈니스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무려 40%를 넘었다. 조건부로만 가능한 곳이 30%로 분석되는 등 비즈니스 혁신 모델이 한국의 규제 환경과는 대부분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세계 흐름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지금 우리의 법·제도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빅데이터 활용에 친화형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빅데이터 활용을 '미래의 석유'라고 할 정도로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해커톤을 통해 사회 합의 달성을 위한 노력을 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다. 더 늦기 전에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데이터를 활용해서 산업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묘안'에 대해 사회 합의를 이뤄야 한다. 수집 단계부터 개인 식별 정보를 최소화하고 가공 정보의 엄격한 생성·관리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비식별 정보화를 통해 빅데이터가 활용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필요한 이유만 강조하거나 반드시 철폐돼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양 극단의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법성, 공정성, 투명성 등 개인정보 활용의 기본 원칙은 유지하면서도 유연하고 실효성 있는 규제 개선을 통해 보호와 활용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20대 국회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 국회, 재계, 전문가가 함께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사이에서 사회 합의를 만들어 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 본연의 기능과 가치를 생각하고, 이를 충족시킬 대안을 먼저 찾아내어 제시해야 한다.

1년여 남은 기간에 개인정보보호법개정안·정보통신망법개정안·신용정보법개정안 등 빅데이터경제 활성화 3법을 개정하고, 가공 정보의 생성·수집·처리·관리 기준과 한계를 명확히 해서 우리나라 빅데이터 관련 산업이 적극 육성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손금주 국회의원(무소속, 전남 나주·화순) thisweek9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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