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지난해 사상 처음 연매출 4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65% 매출을 키우며 국내 대표 e커머스 사업자로 자리를 굳혔다. 반면에 지난해 영업손실도 사상 최대인 1조원을 넘어섰다. 고객을 모으기 위한 마케팅 비용에다 물류망과 배송 인력에 대규모 자금 투자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쿠팡은 15일 외부감사보고서를 내고 2018년 매출 4조422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2조6814억원 대비 64.9% 증가했다. 지난 2013년 매출이 3485억원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5년 만에 12배 이상 외형을 키웠다. 이베이코리아(9811억원), 11번가(2280억원), 티몬(4972억원), 위메프(4294억원) 등 경쟁사를 크게 웃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조97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6388억원보다 약 72%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직매입 서비스 '로켓배송' 이용자가 늘면서 물류 거점, 배송 인력 등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이 치솟았다.
로켓배송은 현재 쿠팡 전체 매출 가운데 약 90%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만 로켓배송에서 4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쿠팡이 매년 적자를 거듭하면서도 로켓배송 인프라 확대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쿠팡은 지난해 전국 물류센터를 기존 12개에서 24개로 확대했다. 축구장 167개 넓이인 총 37만평(122만3140㎡)을 로켓배송 '발사대'로 활용했다. 전문 배송 인력 쿠팡맨을 비롯해 2만4000여명을 직간접 고용, 9866억원을 인건비로 지출했다. 현재까지 누적된 로켓배송 상품 판매 수는 10억건을 훌쩍 넘었다.
쿠팡은 올해 로켓배송 인프라를 강화하는 한편 신선식품 새벽 배송 '로켓프레시', 유료멤버십 '로켓와우클럽', 음식배달 '쿠팡이츠' 등으로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기 위한 공격적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한 '총알' 마련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지난해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20억달러(약 2조2570억원)를 유치했다. 지난 2015년 10억달러에 이어 또 한 번 '잭팟' 투자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쿠팡의 최근 5년간 누적 적자 2조9695억원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규모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해 12월 결산 회의에서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이라면서 “한국 e커머스 시장에서 압도적 1위로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강하고 깊게 밀어주겠다”고 공언했다. 손 회장이 향후 시장 변화에 따라 쿠팡에 추가 자금을 투입할 공산이 크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그동안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해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막대한 투자를 집행했다”면서 “앞으로도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말하게 될 때까지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e커머스 업계는 여전히 수익보다 외형 확대 경쟁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가운데 한 번 밀리면 회복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e커머스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면서 “정도 차가 있겠지만 대부분 사업자가 수익보다는 업계 순위, 볼륨 경쟁을 올해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연도별 매출·영업손실 추이(단위:억원)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