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96%가 국내 특허를 획득해 놓고도 해외 지식재산 권리는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지식재산권 확보 부족으로 인해 아세안 주요 신흥시장에서 중국에 특허출원을 추월당하는 등 기술경쟁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특허청(청장 박원주)이 최근 국내 기업과 대학·공공연 등 주요 출원인 해외특허 확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5년 기준으로 국내 신규 출원한 발명 가운데 단 11.7%만이 해외에 특허 출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신규 특허 10개 가운데 9개는 해외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지식재산 권리를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대기업 해외 출원율이 36.8%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연구기관은 12.3%, 대학과 중소기업은 각각 4.5%와 4.3%에 그쳤다.
특히 중소기업 국내 신규 특허 출원은 대기업 3만5893건 보다 많은 4만4258건이지만 해외 출원은 대기업 1만3216건에 비해 훨씬 적은 1900건에 불과했다.
정부 신남방 정책을 비롯해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특허 준비도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남방 시장에서 특허출원은 베트남과 필리핀을 제외한 전 국가에서 중국에 밀렸다.
출원 대부분이 미국, 중국에 치우쳐 해외 출원국이 평균 1.9개국에 그친다는 점도 문제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각각 1.4개국, 1.2개국으로 미국 이외 다른 국가 출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편중현상은 우리나라가 52.9%로 가장 심했고, 중국(51.7%), 일본(43.3%), 독일(30.7%) 등이 뒤를 이었다.
불확실한 신시장에서 특허출원에 유리한 PCT(Patent Cooperation Treaty) 국제출원 제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PCT 국제출원은 일단 저렴하게 출원할 수 있고, 30개월 내 현지출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55.3%, 대학의 61.3%는 PCT 국제출원을 해놓고도 개별 현지 출원은 포기했다.
이는 대기업이 출원 초기부터 해외 특허출원 대상국을 미국, 중국 등 대형 수출시장 중심으로 설정한데 반해 중소기업과 대학은 비용부족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대상국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저렴한 노동력 기반의 저가제품 수출로 성장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우리경제는 세계 수준 특허기술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수출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중소기업이 제품만 해외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특허로 보호받으면서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