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인공지능(AI)분야에서 기계번역과 음성인식 등 일부 기술은 우수하지만 학술 연구, 학회 참석 등 대학 움직임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국내 AI 수준을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지표를 개발해 발전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와 '우리나라 AI 수준 측정 지표 개발을 위한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공유했다. NIA는 스탠퍼드 AI 인덱스 방법론에 따라 우리나라 AI 현황을 조사했다.
스탠퍼드 AI 인덱스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AI 분야 석학이 중심이 돼 개발한 AI 기술 수준 측정 지표다. AI 관련 주요 현황과 기술 발전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오픈소스 기반 비영리 프로젝트다.
NIA가 이를 기반으로 국내 데이터를 분석한 한 결과 기계번역과 음성인식 분야가 예년에 비해 상승했다.
기계번역은 한국어와 영어 기계 번역 관련 연구를 중심으로 기계 번역 텍스트 품질 평가 알고리즘(BLEU) 점수를 측정한 결과 한국어→영어 번역 부문은 2016년 9.72점에서 지난해 30.35점까지 300%가량 상승했다. 영어→한국어 번역 부문은 2016년 6.30점에서 지난해 27.48점으로 400% 이상 올랐다. NIA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는 “기계번역은 '우수', 서비스품질은 '매우 우수' 수준으로 판단된다”면서 “구글 번역기 외 자국 번역기를 더 많이 사용하는 나라가 한국, 중국, 러시아 정도이다”고 평가했다.
음성인식은 국내 주요 연구 논문 6편을 최종 분석한 결과 어휘 오류율이 2009년 26% 수준에서 2017년 3∼5%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NIA는 “한국어 기반 음성인식 기술수준 진단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 수준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기술 수준은 상당히 우수하다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기술에 비해 대학 AI 연구나 기여도는 낮았다. AI 관련 주요 국제 콘퍼런스 참여 학자나 논문 저자수는 2015년에 비해 2017년 1.3배 증가에 그쳤다.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는 “유수 AI 학술대회 정규세션에서 한국인 논문 발표와 참석자 절대 규모는 매우 적은편”이라면서 “깃허브 등 오픈소스 사이트 올리는 AI 프로젝트도 2015년에 비해 2017년 9.5배가량 증가했지만 미국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NIA는 국내 AI 기술과 산업 현황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지표를 개발할 계획이다. 지표 결과를 중심으로 분야별 국내 AI 상황과 발전방향을 모색한다. 이날 세미나에는 관련 전문가가 참석해 새로운 지표 개발을 위한 방향을 논의했다. NIA 관계자는 “AI 스타트업부터 오픈소스 활동, 기술, 산업 등 전 분야를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지표를 마련할 예정”이라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AI 관련 정책을 제안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활발히 활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