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지난해 韓 스타트업 인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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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을 한 건도 기록하지 못했다. 대기업이 인수할 만한 스타트업이 부족하고, 사업 시너지를 낼 제조업 분야 스타트업 저변이 빈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따르면 양사가 지난해 종속기업으로 신규 편입한 국내 스타트업은 없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페인 네트워크 분석 솔루션 스타트업 지랩스를 인수, 종속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스타트업 인수 사례는 없었다. 삼성전자는 혁신기술을 갖춘 스타트업 인수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 스마트싱스, 2015년 루프페이, 2016년 조이언트 등을 인수했고 최근에는 위스크, 코어포토닉스를 사들였다. 모두 미국, 이스라엘, 영국 등 해외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ZKW를 약 1조4000억여원에 인수하는 등 기업 인수 및 투자에 활발했던 LG전자 역시 국내 스타트업은 인수하지 않았다.

업종 차이로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같은 기간 ICT 서비스 기업인 카카오가 26개 국내 기업을 종속기업으로 편입한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삼성과 LG가 국내 스타트업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수 차원은 아니지만 미래 기술 확보 차원에서 투자 활동은 계속한다.

삼성전자는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전담하는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집행한 투자금만 2000억원에 달한다.

LG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별로 오픈이노베이션 팀을 운영하는 한편, LG그룹 차원에서는 마곡사이언스파크를 스타트업에 개방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로보티즈와 아크릴에 대해서는 각각 8.5%, 8.2% 지분 확보로 관계기업에 편입했다. 산업계 이목을 끌었던 로보스타 역시 관계기업에 속한다.

양사의 국내 스타트업 인수 거래가 뜸한 이유는 인수에 마땅한 제조 스타트업을 찾기 어려워서다. 아주 독창적인 기업이 부족하고 아직은 대기업과 시너지를 낼 만한 노하우가 축적되지 못했다는 관측이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집행된 벤처투자 가운데 ICT제조 분야에 투입된 자금은 1489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신규 벤처투자 금액 3조4249억원 가운데 4.3%에 불과했다. 그만큼 국내에 설립된 ICT제조 스타트업이 많지 않고 환경이 척박하다. 반면에 ICT 서비스 분야에 7468억원, 바이오·의료 분야에 8417억원, 유통·서비스 분야에 5726억원이 쏠렸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국내 스타트업에 벽을 둔 게 아니다. 좋은 기업이 있다면 투자, 협업, 인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인수까지 고려할 스타트업을 찾기가 어렵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인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실사한 뒤 실제 투자나 인수로 이어지지 않으면, 이른바 '기술 탈취'로 규정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업보가 있기는 하지만, 대기업으로서는 투자를 검토한 스타트업에 자금을 꼭 투입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면서 “검토만 하면 대기업이 스타트업 기술을 훔쳐간다는 논란을 우려해, 기술성이 부족한 스타트업을 억지 인수했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