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 차게 출범했으나 흥행 실패를 겪은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대대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다. 플랫폼에서 자동차보험 가입시 보험료를 합리화하겠다는 것이 골자지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보험 비교·추천은 올해 초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개시된 서비스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플랫폼과 핀테크에서 보험상품과 가격을 비교해 보고 가입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플랫폼 가입시 보험료를 보험사 다이렉트(온라인) 채널과 동일하게 조정하는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2.0'을 연내 시행할 계획이다.
이는 저조했던 가입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올해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이용자 수는 81만명에 달했지만 가입으로까지 연결된 건 7만3000건에 불과했다. 비교는 플랫폼에서 진행하고, 실제 가입은 보험사에서 이뤄진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융위는 이같은 현상이 플랫폼에서 가입때 보험사 온라인 채널 대비 높게 책정되는 보험료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현재 차등 적용된 보험료를 일원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보험사와 플랫폼 등 이해관계자들은 난감한 분위기다.
업계는 보험계약 체결시 보험사가 플랫폼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을 현재 3.0%대에서 1.5% 수준까지 하향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 보험사는 자사 온라인 채널에서 100만원에 판매되는 상품을 플랫폼에서 판매할땐 수수료를 감안해 103만원에 판매해 왔는데, 이를 101만5000원으로 낮춘다는 의미다.
보험사들은 장기적으로 비교·추천을 통한 보험가입이 늘어날 경우 플랫폼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보험사 다이렉트 채널을 이용하던 소비자가 플랫폼으로 넘어가게 되면, 그간 구축해 온 온라인 경쟁력도 저하될 개연이 크다. 향후 플랫폼이 수수료율을 상향할 수 있고, 종국에는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플랫폼들은 지금보다 2배 이상 보험이 판매돼야 기존 수준 수익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비교·추천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보험사에서 가입할 수 있는 상품 대비 간소화된 형태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현재 플랫폼에선 특정 보험사에서만 판매하는 특약 등 회사별 비교가 불가능한 담보는 배제된 채 판매되고 있어, 앞으로도 실제 가입은 보험사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일괄적인 보험료가 소비자 피해로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 지시대로 일원화된 보험료를 적용하면, 플랫폼에 지급하는 수수료 1.5%가 보험사 CM채널 고객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당장은 어렵겠지만 결국 동일한 보험료를 책정하려면 플랫폼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보험사 온라인 채널 보험료에 녹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에 대해선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