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위 승차공유회사 리프트가 나스닥에 상장했다. 기업가치 20조원이 훌쩍 넘는 거대 스타트업의 기업공개(IPO)를 둘러싸고 미국 내에서도 논란은 있다. 손실이 많고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냅, 블루에이프런처럼 상장 이후 주가가 폭락하는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편으로 이는 스타트업 탄생부터 성장, 상장, 회수, 재투자로 이어지는 미국 벤처생태계 역동성을 반증한다. 이달 중에는 무려 100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넘보는 세계 최대 승차공유회사 우버의 IPO를 앞두고 있다. 반면 우리 승차공유 스타트업은 불확실한 제도와 사회적 논란에 가로막혀 후진 기어를 넣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도 적자 기업에 상장의 문을 연 '한국형 테슬라' 상장 1호 기업 이후 1년이 넘도록 후속 성공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
◇리프트 상장, 성공인가 실패인가
리프트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이날 공모가인 주당 72달러보다 8.7% 오른 78.3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시가총액 222억달러(약 25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2012년에 창업한 회사가 현대자동차와 시가총액이 맞먹는다. 글로벌 경기 둔화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거액의 적자를 기록하고도 상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런 상승세를 지속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번 주 들어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거래 이틀째 13% 떨어지며 공모가를 하회하는 성적을 내놨다. 지난해에만 9억달러(약 1조원)가 넘는 적자를 낸 기업의 기업가치를 과대평가했다는 지적이다. 이틀 연속 하락하면서 주가 하락 압력이 더울 커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리프트의 이 같은 주가 하락을 두고 향후 IPO를 앞둔 다른 스타트업의 전망까지 불확실해졌다. 우버 이외에도 핀터레스트, 슬랙, 팔린티어와 같은 '초대어'들이 연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프트의 기업가치가 과다하다고 보는 시선은 이용자 대부분이 대규모 마케팅에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이용자와 라이더(운전사) 확보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써왔고, 만약 다른 승차공유회사가 더 높은 가격경쟁력을 제시할 경우 재무에 또 다른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부정 전망도 나오지만 리프트와 주요 투자자들은 모빌리티의 미래에 긍정적이다.
승차공유회사가 곧 모빌리티 시장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간 10억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투자했던 이유도 리프트와 우버 등 승차공유회사들이 궁극적으로 자동차 소유와 이용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소비자가 운송시장에 쓰는 1조2000억달러(약 1360조원) 규모를 감안할 때는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리프트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운전자 확보를 위한 차량보조금, 기술투자, 인수합병(M&A)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기술투자는 차량 매칭률을 높이기 위한 알고리즘 기술 개발과 결제, 지도, 내비게이션 등의 관련 기술 안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리프트는 자율주행차 사업 강화를 목적으로 지난해 증강현실(AR)기업 블루비전랩스와 공유자전거기업 모티베이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상장, 회수,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모델이다.
리프트는 이전부터 GM, 포드, 재규어랜드로버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 자율주행 차량 분야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 개발을 해왔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사업부인 웨이모와도 일찌감치 자율주행 파일럿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했다. 기존 승객운송 기능에서 나아간 차량 관련 다양한 서비스 및 비즈니스모델 개발이 점쳐진다.
◇후진하는 승차공유 플랫폼, 상장도 지지부진
우리 정부는 지난달 6일 오는 2022년까지 20개의 유니콘기업을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유니콘기업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을 말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유니콘기업은 쿠팡, 크래프톤, 옐로모바일, L&P코스메틱,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6곳이다. 이중 승차공유 기업은 없다.
현재 각국을 대표하는 유니콘기업은 승차공유회사와 e커머스 기업이 주를 이룬다. 북미에는 우버와 리프트가 있고, 중국에는 디디추싱이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한 그랩과 인도네시아를 기반으로 한 고젝이 있다. 인도에도 승차공유회사 올라가 있다. 중동의 승차공유회사 카림은 우버가 인수했다.
한국의 승차공유회사는 해외 유니콘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다. 규제와 사회적 논란 등에 가로막혀 그간 성장이 더뎠다. 자가용 카풀 허용을 두고 택시업계와 카풀(승차공유)업계간 장기 대립도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승차공유회사는 단순히 승객운송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리프트의 사례처럼 완성차업체들과 손잡고 자율주행차량 기술을 활발하게 연구개발(R&D)한다. 우버는 하늘을 이용한 항공운송계획까지 잡고 '플라잉택시'를 개발하고 있다.
온·오프라인(O2O)연계 서비스 개발도 활발하다. 이미 동남아시아에선 그랩과 고젝이 승차공유플랫폼에 간편결제를 연계해 소비자 수요에 따른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금융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국내는 이같은 시도조차 하지 못 하고 있다.
자본시장도 주춤하다. 코스닥시장에서 사업모델 기반 기반 특례상장 등을 이용한 기술 중심 기업의 상장 사례는 여전히 미미하다. 미국이 저금리 기조에서 투자금이 성장성 있는 기업에 몰리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스타트업이 탄생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조성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왔을 때 시장을 통해 검증받고 문제점을 고쳐나가며 발전한다. 이러한 '스케일업'을 방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제도의 불확실성이다. 스타트업 창업은 물론이고 벤처캐피털(VC) 등도 투자를 꺼린다.
미국에서도 노동 문제 등 사회적 논란은 있지만, 서비스는 확장되고 있다. 우버가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중에 보행자를 치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9개월 만에 시험운행을 재개했다. 구글 웨이모는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를 시작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나오면 시도를 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규제를 해야하는데 이해관계자 간 갈등으로 남아 발전을 못하고 있다”면서 “갈등의 사회적 조정역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자본시장 측면에서도 위험한 투자가 되더라도 합리적 의사결정과정을 거쳤다면 과감하게 지원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승차공유 1호 상장기업 리프트를 시작으로 글로벌 승차공유 회사들의 질주가 예상된다. 우리 벤처생태계가 후진하는 동안, 해외 승차공유 기업은 시동을 걸고 앞서 달려나가고 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