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질병인가?]<3>게임은 악인가?, 대학생이 바라본 게임 문화

우리나라 20대 청춘은 게임에 대해 어떻게 느낄까. 게임을 마약, 도박과 동일선상에서 생각할까. 봄기운이 가득한 캠퍼스를 찾아 게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이들에게 게임은 친목을 다지고 낯선 사람과 교류하는 소통 채널이었다. 스마트폰 영향으로 대화가 단절된 가정에 대화를 만들어주는 커뮤이케이션 기제였다.

◇“우리 가족은 게임으로 대화해요”

성균관대학교 게임동아리 '팀선비' 회장을 맡은 김현정(22·사회학과) 씨는 가족과 함께 게임을 즐긴다. 김 씨는 “마리오 카트 같은 게임을 하면서 가족끼리 유쾌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중·고등학교 때 오히려 부모님이 게임을 권장하시기도 했다. 김 씨는 “집에서 편하게 스트레스 풀라고 부모님이 말씀하시곤 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동생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됐는데, 부모님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라며 플레이스테이션도 장만해 주셨다.

그녀 가족에게 게임은 대화 매개체다. 김 씨는 학원 조교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일이 끝나고 자정쯤 집에 들어가면 아버지가 '용과함께'라는 게임을 하고 계신다.

김 씨는 “아버지는 어려운 스테이지 있으면 동생한테 깨달라고 부탁한다”며 “그럼 우리는 공략을 찾아드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녀가 게임동아리 회장이 됐을 때도 자랑스러워하셨다. 그녀는 게임이 가족 간 친밀도를 높여주는 데 한몫한다고 말한다.

◇게임, 교류의 장이 되기도

성균관대 팀선비는 '캠퍼스에서 운영진을 찾아라' 등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를 주최한다. 회원은 오프라인 모임에 의무적으로 3회 이상 참가해야 한다. 리그오브레전드, 하스스톤 등 게임별 단톡방도 만들었다. 재작년에 설립했음에도 불구하고 265명에 달하는 회원을 모집한 원동력이다.

팀선비 회장 김현정 씨는 “영화, 책을 관심사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지만 게임은 함께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며 “게임이 친목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작년에 연세대 게임동아리 '티모토리' 회장을 맡은 정지영(25·국문학과) 씨는 “우리 동아리 자체가 게임으로 친구가 된 경우다”고 말한다. 티모토리 회원 김혜림(25·국문학과) 씨는 “같은 과 친구끼리도 게임 좋아하면 금방 공통 관심사가 된다”고 강조했다.

◇“게임이 공부에 방해된다고요? 글쎄요”

카이스트 게임동아리 옵티머스 회원 정우석(22·전기 및 전자공학부) 씨는 게임이 공부에 방해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씨는 “지난 학기 리그오브레전드 랭크게임만 300판 했다”며 “그런데도 전자과 800명 중 차석을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게임제작 동아리 SNUGDC 회장 윤난새(26·경제학과) 씨는 스트레스 해소방법으로 게임을 이용한다. 윤 씨는 수험생활을 할 때도 1~2시간씩 게임을 즐겼다. 그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며 “게임을 못 하게 한다고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팀선비 회장 김현정 씨는 공부에 방해되는 것은 게임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영화, 책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본인이 우선순위를 정하는 개인 차원 문제다”고 말했다. 윤 씨 가족은 오히려 게임을 잘하려면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셧다운제, 정말 필요할까?

대학생은 셧다운제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품는다. 부모님 명의나 해외 서버 계정으로 손쉽게 피해갈 수 있다. 강제성 짙은 규제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

연세대 게임동아리 '파란시계' 회장을 맡은 김승수(20·정치외교학과) 씨는 “보통 부모님 명의로 계정을 만들어 피해간다”며 “리그오브레전드 같은 경우 미국 서버 계정으로 만들면 셧다운제에 걸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파란시계 회원 이호준(21·화학과) 씨는 “스타크래프트 국제대회에 참가했던 프로게이머가 셧다운제에 걸려서 게임이 꺼지는 해프닝도 있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다른 회원 이세찬(24·화학과) 씨는 “게임을 하고 말고는 개인 문제”라며 “간통죄 폐지와 맥락이 같은데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티모토리 회원 김혜림씨는 “셧다운제는 아이들이 일찍부터 편법 쓸 궁리하게 만드는 제도”라며 “안 하게 한다고 안 할 애들도 아니고 반감만 불러일으킨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SNUGDC 회장 윤난새 씨는 “학생에게 너무 가혹한 환경을 주고서 스트레스 배출구인 게임을 중독으로 몰아 통제하려고 한다”며 비판했다. 그는 “어른도 52시간 근무한다고 소란스러운데 왜 학생은 하루에 13시간 이상 공부하게 내모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김묘섭기자 my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