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이란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 수입을 재개했다. 한시 조치지만 원가 경쟁력 확보에 긍정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업체들이 수입한 이란산 원유는 844만 배럴로 집계됐다.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 이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7.1% 줄어든 수치지만 수입이 재개된 첫 달인 1월 196만배럴 비해선 물량이 4배 넘게 늘어나며 제재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로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전무했다. 하지만 1월 수입 재개 이후 협상 등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2월 수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원유의 일종인 콘덴세이트는 석유화학제품 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뽑아내는데 최적화된 원료다. 그 중에서도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가격이 저렴한데다 나프타 함량이 70% 이상으로 월등히 높고 경제성도 좋아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선호한다. 5월 이후 추가 도입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각 기업이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을 재개한 것은 그만큼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이 가장 먼저 1월 말부터 약 200만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수입한데 이어 현대오일뱅크 자회사인 현대케미칼과 한화토탈도 지난달부터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을 재개했다.
국내 정유사 중에서는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가 이란산 원유를 도입해 사용하며 석유화학 업체 중에서는 콘덴세이트 전용 정제설비와 파라자일렌(PX) 설비를 함께 갖춘 SK인천석유화학, 한화토탈, 현대케미칼이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수입한다.
이란산 원유 수입 재개는 미국이 지난해 11월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면서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 8개국에 대해서는 제재 부과를 180일 동안 한시 유예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허용하면서 수입량 감축 조건을 내세워 국내 업체도 미국이 허용한 예외 쿼터 내에서 수입을 재개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 수입 규모는 1억4787만배럴로 전체 원유 수입의 13.2%를 차지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다음으로 많다. 국내에 도입되는 이란산 원유의 70%가량이 콘덴세이트다.
업계 관계자는 “이란산 콘덴세이트가 가격과 품질면에서 강점이 있다 보니 원료를 재가공해 재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석유화학 업체에 최적화돼있다”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제재 리스크가 남아있어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이란산 수입 비중을 낮추는 동시에 카타르 등으로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