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선재인의 블록체인 이야기/ 중앙은행과 블록체인 그리고 시뇨리지(seigniorage)효과

디지털자산거래소(Digital Assets Exchange)

1716년 5월 5일, 그 은행은 ‘로&컴퍼니’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 그 은행은 처음부터 확실하게 활동영역이 보장되어 있었다. 모든 세금은 ‘로&컴퍼니’에서 발행한 은행권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법령이 선포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이제 종이로 된 화폐, 즉 지폐를 도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라스 트비드,(2008)『비즈니스 사이클』28P 위즈덤하우스 안진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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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바람둥이, 투자자, 백만장자, 도박사, 논문저자, 그리고 중앙은행의 아버지인 스코트랜드 에든버러 출신의 존 로(John Law)의 평가는 그의 앞에 수식처럼 파란만장한 그의 삶을 대변한다.

그가 세운 ‘로&컴퍼니’는 이후 프랑스 왕립은행(Banque Royale)이 된다. 종이 화폐에 신뢰라는 무기를 장착하는데 성공한 존 로는 1719년 초 미시시피 계획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미시시피 회사가 받은 특혜는 미시시피 강 유역, 루이지애나 주, 중국, 동인도, 남미에 대한 교역 독점권 / 9년간 왕실 주화 주조 독점권 / 9년간 국세 징수 대행권 / 담배 전매권 등 이외에도 세네갈회사와 중국회사, 특히 프랑스 동인도회사의 소유권도 갖게 되었다. 이는 천하제일의 영국의 동인도회사에 버금가는 거였다. 이후 1720년에는 사실상 프랑스의 중앙은행이었던 왕립은행과 미시시피 회사가 통합되었다.

미시시피회사의 주식은 500리브르에서 1만8천 리브르까지 가격이 올랐다가 1721년 시가총액이 97%나 하락하게 된다.

결국 훗날 ‘미시시피 버블(Mississipi Bubble)’로 불리는 이 사건은 프랑스의 경제 대붕괴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에 중앙은행을 설립하고 지폐를 찍어내는 시뇨리지효과(seigniorage effect)를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던 존 로의 평가는 갑론을박이 있어왔으나, 현재는 ‘국부론’의 아담 스미스 이전 경제학자들 중에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약 400년전에 있었던 역사가 지금의 블록체인의 디지털자산(암호자산)의 발행과 최근의 일련의 추세와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2008년, 몰락하는 금융자본주의에 강한 회의감을 느낀 ‘사이퍼 펑크(cypherpunk)’ 들로 추정되는 ‘나카모토 사토시’란 익명의 개발자에 의해 시작된 비크코인은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었고, 현재의 블록체인이라 명명되는 혁신적 인프라 기술과 수많은 디지털자산(암호자산)의 근원을 제공하였다.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개인간 전자화폐 시스템)”이라는 제목의 논문은 중앙은행만이 아닌 일반인도 화폐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10년에 거쳐 증명하고 있다. 이후에 등장하는 다양한 코인들은 각 저마다의 중앙은행이 되어 새로운 통화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라는 개념을 추가하여 나타난 ‘이더리움’은 마치 존 로가 중앙은행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미시시피계획을 실현하듯 블록체인의 수 많은 가능성에 방아쇠를 당겼고, 이후 등장한 EOS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로 인해 2017년말과 2018년초에 커다란 진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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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뇨리지효과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프로젝트들은 400년전 프랑스 경제의 몰락처럼 이렇게 스러져 스러져 갈 것인가·····?

12,000년전, 농업혁명 이후 수렵/채집에서 벗어난 인류는 잉여 수확물과 정착이라는 것을 얻게 되었다. 이것은 자산의 형태로 보관되고, 매개물과 기록의 형태로 이전되어지기 시작했다.이러한 자산의 이동과 교환은 물물교환에서 화폐로, 이제 디지털자산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신용카드가 보편화하고 모바일 뱅킹이 확대됨에 따라 지폐와 동전이 없는 법정 화폐 제도, 이른바 현금 없는 경제(cashless economy)에 대한 논의가 주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은 디지털 법정 화폐의 발행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모델 등을 개발(Barrdear and Kumhof, 2016)
-국제통화기금(IMF)은 디지털 법정 화폐와 사적인 가상화폐 전반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통해 기술과 제도 변화의 초기 고려해야 할 사항 등을 제시 (IMF, 2016)
-스웨덴의 소매점들이 종이돈과 동전과 같은 현금을 합법적으로 거부할 수 있으며(Guardian, 2016), 덴마크 정부 역시 유사한 법안을 마련(Fortune, 2015) / 스웨덴과 덴마크는 2030년까지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로의 이행 완료 계획 / 새로운 지폐와 동전의 발행을 중단하고 기존 유통중인 현금은 점진적으로 회수
[김성훈(2016), 현금 없는 경제 : 의미와 가능성 한국경제연구원 KERI Brief]

이러한 디지털자산을 금융기관은 금융거래원장에 중앙집중식으로 정리하여 두고 그 원장을 최대한 비공개하는 방법으로 그 원장의 안전을 도모하여 고객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현재, 주식거래의 80%이상, 국채거래의 75%가 디지털방식으로 거래되고, 그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효율적이고 편리한 중앙관리방식의 이 방법은 해킹 등의 공격을 받아 그 안정성이 침해당했을 때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금융거래원장에 대한 신뢰여부를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관리기관 또는 중개센터의 구축유지에 막대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자산, 그것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EOS 등으로 표현되는 암호자산이든 다른 정보자산이든 400년전 미시시피 버블처럼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풍운아 존 로가 프랑스를 떠나 베니스로 향할 때 그의 손에는 커다란 다이아몬드 1개만이 남아 있었다. 10년 동안 프랑스로 돌아가서 재기하는 꿈꿨으나, 결국 1729년 존 로는 베니스에서 58세의 나이로 외롭게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존 로의 미시시피계획과는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 그 이유는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는 이미 한 두개의 미시시피계획이 아닌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당수의 프로젝트들이 존 로의 전철을 밟게 될지는 모르지만·····.

단지,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저마다의 코인, 토큰을 발행하고 있어 그들간의 교환과, 온체인(on chain)세상과 오프체인(off chain) 세상을 연결하는 문제를 어떻게 잘 해결하는 것이 또 하나의 과제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디지털자산거래소(Digital Assets Exchange)이다.

다음편에는 ‘증권거래소와 디지털자산거래소 그리고 탈중앙화’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벳스토어나인 주식회사 CIO 선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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