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면서 칩 생산만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사업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TSMC, 삼성전자 등 세계 주요 파운드리 업체 올 1분기 매출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 수요 외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중국 경기 둔화 등 외부 위험 요소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악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가량 감소한 146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대만 TSMC, 삼성전자, 글로벌파운드리 등 세계 파운드리 시장 상위 10개 업체 중 7개 회사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는 팹리스 업체가 회로를 설계하면, 다양한 공정 서비스로 칩을 만드는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말한다. 12인치 반도체 웨이퍼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주요 파운드리 업체 매출도 두자릿수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업체별로는 삼성전자가 올 1분기 27억8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2억5300만달러)보다 14.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 내 회로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 칩 생산을 담당하면서 19.1% 점유율로 2위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외부 고객사 매출 비율이 40%가량이지만, 한 웨이퍼에 여러 개의 샘플 칩을 올리는 MPW(멀티 프로젝트 웨이퍼) 사업을 최근 실시하면서 점유율 확보를 노리고 있다.
트렌드포스 측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8인치 생산 라인이 점진적으로 파운드리 매출을 올릴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2023년까지 25% 시장 점유율 확보를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TSMC는 올해 초 10만장 규모의 웨이퍼 불량으로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절반에 가까운 48.1% 점유율로 독보적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예상 매출은 전년 동기(85억4700만달러)보다 17.8% 줄어든 70억280만달러로 전망돼 마냥 웃기만은 힘든 상황이다.
트렌드포스 관계자는 “올 1분기는 쉽지 않았지만, 애플, 퀄컴, AMD, 하이실리콘 등 칩 제조사와의 협력과 2분기로 밀려난 생산 물량이 더해져 점차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대만 UMC, 중국 SMIC 등이 TSMC와 삼성전자의 뒤를 이었다. 이들 1분기 매출은 2018년 1분기보다 각각 18.4%, 18.1%, 21.3%씩 줄어들 전망이다.
트렌드포스 측은 “1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인 것과는 별개로 인텔 CPU(중앙처리장치) 공급 부족, 중국 경기 둔화, 미·중 무역분쟁, 자동차 시장 수요 감소 등 악재가 겹쳤다”며 “올 상반기까지 눈에 띌만한 경제 흐름의 변화가 없다면 올해 파운드리 사업을 좋지 않게 예상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