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대학, 산학협력에서 위기극복 해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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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만나니 대학원에 바라는 것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학교에만 있어서 그동안 기업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다.”

인공지능(AI) 대학원이 곳곳에서 쏟아지는 러브콜을 경험하면서 대학 위기 극복 해답을 제시했다. 기업이 4차 산업혁명 신기술 인재 충원에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 인재와 파트너를 찾기 쉽지 않았던 것. 현장이 원하는 분야와 콘셉트의 사업이 시작되자 대학과 손잡으려는 기업이 줄을 지었다.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위기에 처한 대학이 향후 어떻게 변신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이정표와도 같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선정한 '2019년도 AI대학원'은 정부가 마중물을 붓고, 대학이 기반을 만들어 산학협력으로 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AI대학원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신 대학은 내년 사업에 재도전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AI대학원에 주는 정부 지원금도 중요하지만 향후 대학이 성장할 수 있는 산학협력 모델을 발굴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분야에 R&D나 인재양성 기반을 마련할 때 대학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대학이 해법 찾아야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의 정부 재정 의존도는 높아졌으나 앞으로 재정 지원 상당수는 대학의 자체 혁신 여부에 따라 집행된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대학재정지원사업을 혁신지원사업으로 바꾸고 자율적 기반을 토대로 한 대학 혁신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장기 발전계획에 부합하는 혁신과제는 자율선택해야 하며, 대학이 스스로 교육·연구·산학협력에서 혁신모형을 창출해야 한다.

대학의 혁신이 절실한 것은 숫자로 나타난다. 대학은 그동안 학부 등록금에 재정을 의존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대학은 역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학부생 등록금은 대학 재정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간한 사립대학 재정현황 자료집에 따르면 학부등록금 수입은 2013년 8조3433억원에서 2017년 8조522억원으로 줄었다.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46.4%에서 43.3%로 감소했다. 대학정원이 지원자를 초과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부터는 문을 닫는 대학까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대학의 정부 재정 의존도는 높아졌다. 김대중 정부 대학재정지원사업 규모는 3201억원에서 노무현 정부 9009억원, 이명박 정부 9229억원, 박근혜 정부 1조5199억원, 문재인 정부 1조5200억원으로 늘어갔다. 정부는 고등교육 정부 부담 비율의 OECD 평균 수준 달성(GDP 대비 1.1%)을 목표로 정부 전체 고등교육 지원 예산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가 풀어내는 혁신 지원 자금을 기반으로 대학 스스로 생존이 가능한 수익모델을 만들지 않는다면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존립조차 힘들어진다.

◇대학 R&D 민간 자본 투자도 커져

한국연구재단이 발간한 대학연구개발현황에 따르면 대학 연구개발(R&D)의 가장 큰 재원은 정부로부터 나온다. 그 다음이 민간이다. 정부 재정만큼은 아니지만 민간 투자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민간에서도 산학협력 수요가 높다는 뜻이다.

민간이 대학에 투자한 연구개발비는 2013년 6743억원에서 2017년 8211억원, 2018년 9416억원으로 늘었다. 이정도 추세라면 2019년에는 1조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높다. 민간이 대학 연구개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5.8%를 기록했다. 중앙정부 지원이 73.8%로 압도적으로 높지만 자체 교내 투자보다는 2.5배 가량 많다. 이공계와 사회과학 연구 등을 모두 합한 수치다.

R&D뿐만 아니라 대학이 다가올 미래 겪어야 할 '학생 충원' 문제도 산학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는 입시 경쟁보다는 지방 대부분 대학이 충원 경쟁을 겪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대학의 산학협력센터 또는 창업지원센터 등에 입주하는 기업은 산학협력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재를 미리 채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선호한다.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기준으로 대학이 혁신 방향을 설정할 수도 있다.

◇진정한 성과 창출하려면

산학협력을 하지 않은 대학이 없을 정도로 모든 대학에 '산학협력' 기반은 조성됐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모든 대학의 산학협력 전임·비전임 교수는 4800에 이른다. 문제는 너나할 것 없이 산학협력단을 만들고 기업체 경력 산학협력 전임 교수를 채용하면서도 대학 내에서 역할은 작다는 점이다. 기업체 경력 산학협력 교수는 전임으로 채용돼도 연봉만 비전임보다 다소 높을 뿐 결정권이 없다. 철옹성 같은 교수 사회는 일반 교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대부분 산학협력 교수는 학과 내에서 결정권이 없다. 연구개발부터 학생 교육 과정에 이르기까지 현장 수요에 밀착된 대학 혁신을 위해서는 대학 내 체계부터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학 교수는 “산학협력 교수는 사실상 일반 교수가 결정한 것에 따라 현장실습을 연결하는 정도에 그치는 일이 많다”면서 “학생이 원하는 진로와 수업에 따라 현장실습을 이어줘야 하는데 교과과정과 현장실습이 연계조차 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