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요 감소에 장비 수입도 '급감'…작년보다 70%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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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반도체 업황 악화로 국내 반도체 장비 수입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하반기까지 비슷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로 수입되는 반도체 제조 장비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 2월까지 '반도체 디바이스 및 전자집적회로 제조용 기계와 기기(HS코드:8486 20)' 수입액은 9억3016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1억6750만달러)에 비해 70.63% 감소한 것이다. 또 2년 전인 2016년 수입액(53억4350만달러)에 비해서는 98%가량 급감했다. 특히 최근 4년간 가장 낮은 수치다.

반도체 장비 수입 감소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소자업체 투자 위축에 따른 것이다. 이들 기업은 실리콘 웨이퍼에 설계 회로를 그려 넣고 이를 집적하는 '전공정'에 쓰이는 장비를 주로 해외에서 들여온다. 전공정 설비 국산화 비율이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지만, 아직 70% 가량은 외국산 제품에 의존한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ASML 등이 시장을 과점한다.

품목별로는 회로 패턴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장비 수입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1월부터 2월까지 건식 식각 패턴용 장비 수입액은 7억7124만달러였지만 올해에는 64.21%나 감소한 2억7603만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소자업체의 신규 설비 투자 중 90%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진행한다”며 “올해는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많이 쌓여 있어 이들 입장에서는 장비 구입을 느슨하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까지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재성 극동대학교 반도체장비공학과 교수는 “3분기까지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다 내년부터 투자가 점차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평택 제2공장을, SK하이닉스는 확장된 중국 우시 공장을 가동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같은 기간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수출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장비 수출액은 1억1364만달러였지만 올해는 두 배 이상 증가한 2억4501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년 수출액 중 가장 높다.

홍상진 명지대학교 교수는 “대만, 미주, 일본 등 국내 장비 기업들이 수출국이 다각화하면서 매출 증가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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