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수자원의 화수분, 하수 재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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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계영 환경부 상하수도정책관.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를 '화수분'이라고 한다. 중국 진시황 때 있었다는 '하수분(河水盆)'에서 비롯된 말이다.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을 때 십만 병사를 시켜서 구리로 만든 큰 항아리에 황하수(黃河水)를 채우게 했는데 그 물동이가 얼마나 컸는지 물을 아무리 써도 줄어들지 않았다는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도시에는 사용된 물을 깨끗하게 처리하기 위해 하수처리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국 도시에 2017년 기준으로 660개 공공하수처리시설이 설치돼 있다. 여기서 처리돼 방류되는 물은 연간 약 70억톤에 이른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수자원 총 이용량(372억톤)의 약 20%에 해당한다. 특히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이용량이 연간 99억톤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도시마다 수자원의 '화수분'이 있는 셈이다.

하수처리수 재이용은 새로운 수원 개발 비용과 멀리 있는 수원에서 물을 이송해야 하는 불편을 줄일 수 있다. 기상 이변과 강수량 영향을 다소 적게 받아 용수를 연중 안정 공급할 수 있다. 또 물 재이용 기술의 고효율화는 에너지 소비를 낮춰 탄소배출량 감소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하수처리수 재이용률은 꾸준히 증가, 2017년 기준 처리수의 15.9%인 11억1000만톤을 재이용하고 있다. 90% 정도 재이용하는 쿠웨이트나 이스라엘 등 물이 부족한 중동 국가에 비해 낮지만 호주, 미국, 중국 등과는 유사한 수준이다.

2014년부터 가동하고 있는 포항시의 하수처리수 재이용 시설은 인근 산업단지에 하루 약 10만톤의 물을 공급하고 있고, 포항시민의 절반이 넘는 28만여명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을 절약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2016년부터 가동한 아산물환경센터는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해 인근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위치한 아산디스플레이시티에 산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하루 최대 4만5000톤의 하수 처리가 가능하다. 이 가운데 2만8000톤을 정화해서 인근 산업단지에 산업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4만5000톤은 아산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1만명 정도가 배출하는 하수 양이다.

그동안 물 재이용 관련 제도와 정책은 지속 보완돼 왔으며, 물 재이용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정부는 물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 하수처리수 공급계획을 수립하도록 물 재이용법을 개정했다. 수도공급계획 수립 시 신규 상수도 개발에 앞서 하수처리수 공급 방안을 우선해 검토하도록 관련 지침도 개정했다. 앞으로 하수처리수를 수자원 개념에 포함, 용도에 맞는 적합한 물 이용과 하천 수질 개선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지구상의 물은 수증기, 물, 얼음과 같이 모습을 달리하면서 끊임없이 하늘과 땅의 표면 및 지하, 바다를 순환한다. 물은 순환자원이기 때문에 향후 물 부족에 선제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물 순환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하수처리수를 단순히 버리는 물이 아닌 순환자원으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이다.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올해 세계 물의 날 주제는 '물,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이다. 그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수자원의 '화수분'을 슬기롭게 이용하는 것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물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황계영 환경부 상하수도정책관 ghwang@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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