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시스템 반도체 업체인 르네사스가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 미·중 무역전쟁 등 영향으로 중국 반도체 수요가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르네사스는 중국 수요 축소로 재고가 쌓이면서 생산시설 14곳 중 13곳을 한시 중단하기로 했다.
전(前)공정을 다루는 일본 내 6개 공장은 4월 말부터 1개월 동안 생산을 중단하고 8월에도 1개월을 쉬기로 했다. 후(後)공정을 담당하는 3개 공장은 오는 4월부터 9월 사이에 몇 주씩 조업을 멈출 계획이다. 아울러 해외에 있는 공장도 각 사정에 맞게 몇 주씩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전체적인 생산 조정에 따라 르네사스의 올해 반도체 출하량은 작년 대비 10%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반도체 제조 공장이 가동을 멈추는 건 이례적이다. 닛케이는 “여름휴가 기간 등에 1주 정도 휴업한 적은 있었지만 1개월 이상 생산정지는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르네사스 주력 제품은 자동차, 산업 장비, 소비자 기기에 들어가는 마이크로콘트롤유닛(MCU)과 시스템온칩(SoC)이다. 르네사스는 자동차, 에어컨, 공장기계 제품에 대한 중국 내 칩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수요 감소에 재고가 쌓이자 일시 가동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예상치 못한 사업 차질에 르네사스의 인수합병(M&A) 전략도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르네사스는 지난해 9월 미국 반도체 업체인 IDT를 67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IDT 인수로 해외사업을 강화할 계획이었지만 수요 침체가 길어질 경우 성장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
르네사스는 NEC일렉스토닉스와 미쓰비시전기, 히타치 반도체 부문 통합으로 2010년 출범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주력 공장이 피해를 당해 2013년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도요타자동차 등의 출자를 받아 경영 재건을 추진해 왔다.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과 반도체 수요증가로 2015년에 흑자 전환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