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의 암호화폐거래소 벤처인증 박탈 기준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벤처인증 취소 여부를 주거래업종 기준으로 판단하고, 거래소 매출 비중이 크지 않으면 벤처 인증을 사실상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혀 대형 거래소만 역차별 당한다는 주장이다.
암호화폐거래소를 사행업종으로 분류하고 시장 질서를 바로 잡겠다는 취지로 거래소 벤처인증을 박탈했지만 후발로 암호화폐거래소를 운영하는 중소기업이나 다단계 업체에는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격이어서 비판여론이 확산된다.
이번 논란은 중기부가 대형 암호화폐거래소를 퇴출한 가운데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이너 거래소가 벤처기업으로 신규 등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기됐다.
실제로 벤처확인·공시시스템 벤처인 검색 결과, 올해 초 암호화폐거래소를 새로 개설한 A블록체인 기업은 '연구개발기업' 유형으로 2월 신규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벤처 확인 절차가 벤처 업종 제외 여부를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는 허점을 노출했다는 지적이 일자 중기부는 벤처인증 박탈 기준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 기준을 놓고 또다시 시장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중기부는 암호화폐거래소를 운영해도 (해당 기업이) 주업종이 아니면 벤처 확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즉 매출 비중이 암호화폐거래소로 운영해 벌어들인 수익이 높지 않으면 거래소를 운영해도 벤처기업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기준에 대해 이미 벤처인증을 박탈당한 대형 거래소는 엄연한 역차별이고 오히려 사행을 조장하는 탁상 행정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 대형 암호화폐거래소 관계자는 “암호화폐거래소의 벤처인증 제외는 사실상 거래소를 사행업종으로 규정한 건데, 매출 비중이 작다고 암호화폐거래소 사업을 병행하는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건 원래 취지와도 크게 어긋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실제 벤처인증 등록을 한 A사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도박 등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후발 기업이 이 같은 중기부의 기준을 악용해 편법으로 '암호화폐거래소'를 추가해 운영하는 것을 부추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 각종 규제에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운영해온 대형 거래소는 철퇴를 맞아 사업을 접을 위기에 놓였다”며 “매출 비중이 높지 않은 기업이 거래소 사업을 통해 매출이 높아진다면 그때 벤처인증을 박탈하는 거냐”고 반문했다.
사행성 업종으로 이왕 분류했다면 거래소에 대해 동일한 기준으로 규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대형 거래소를 제외한 중소형 거래소의 경우, 벌집계좌 운영 등으로 시장을 훼손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 규제로 대형 거래소가 주춤하는 사이 편법으로 '블록체인 개발' 사업을 내세운 거래소가 시장 혼선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C사의 경우 암호화폐거래소를 통한 매출 비중이 20%에 그쳐 벤처기업 인증을 유지했다. 블록체인 플랫폼 자문, 개발, 공급 매출이 더 크다고 알려졌지만 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 거래소는 행정 소송까지 제기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어서 중기부의 암호화폐거래소 벤처 인증 박탈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