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전용주 딜라이브 대표 "합산규제 재도입은 2만 딜라이브 가족 생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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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주 딜라이브 대표,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때로는 비장했고, 때로는 절박했다. 감정 제어가 쉽지 않은 듯 했다. 분노도 감추지 않았고, 우려도 드러냈다. 복잡다단한 감정을 제어하기 어려운 듯 찬물을 연신 들이켰다.

다양한 화제거리와 거침없는 말투로 상대방을 매료시키는 특유의 친화력를 발휘하는 평소 모습과 달라 어색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진지함과 절실함이 넘쳤다.

전용주 딜라이브 대표는 국회의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추진과 관련해, 인터뷰 내내 거친 사자후를 연신 토해냈다.

전 대표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딜라이브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국회가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의 잘못된 판단이 2만여명에 이르는 딜라이브 임직원과 협력사 임직원, 그리고 가족을 궁지로 내몰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칫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국민의 이익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3년 전 옛 씨앤앰(현 딜라이브) 대표로 취임한 이후 국내 최초로 넷플릭스를 도입하고, OTT를 출시하는 등 케이블TV 경쟁력 강화 등 딜라이브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전력투구했다.

케이블TV 사업자와 다른 노선을 선택하는 과감한 결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일각에서 그를 비판했지만 기꺼이 감수했다. 딜라이브 기업가치를 높이는 걸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료방송 인수합병(M&A)이 잇따르고 있는 와중에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로 그와 딜라이브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전 대표는 마치 천길 낭떨어지 앞에 선 듯 다리가 후덜덜 떨린다며 두려움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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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주 딜라이브 대표(오른쪽)과 김원배 전자신문 통신방송부장이 대담하고 있다.

대담=김원배 통신방송부장

-합산규제 재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일자리, 그리고 생존 때문이다. 합산규제가 재도입되면 딜라이브 유일한 탈출구인 인수합병(M&A)이 원천 차단된다. 딜라이브 임직원과 가족, 그리고 협력사와 가족 등 2만명 이상이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생계가 아니라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합산규제 재도입은 KT(KT스카이라이프) 유료방송 시장점유율(현재 30.86%)을 33%로 제한한다. KT(KT스카이라이프)가 (딜라이브를) M&A하지 않으면 딜라이브는 식물기업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M&A 기업을 확정했다. KT(KT스카이라이프)는 M&A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다. 딜라이브가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협상의 길이라도 열어 달라는 것이다. 협상 실패로 M&A가 불발되면 불가항력이다. 하지만, 시도조차 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건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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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주 딜라이브 대표

-합산규제가 재도입되면 매각 자체가 불가능한가.

▲M&A에 적극적이던 KT(KT스카이라이프)가 국회의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로 M&A 시장에서 철수할 위기다. M&A는 수천억원을 넘어 1조원가량 단위로 이뤄진다. 굴지의 통신사라도 케이블TV 2개 이상을 잇따라 M&A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 이전에는 KT는 물론 SK텔레콤이라는 딜라이브 M&A 옵션이 존재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티브로드를 선택했다.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로 KT 선택이 제한될 처지다. 딜라이브 M&A 자체가 위기일 수 밖에 없다.

-M&A가 불발되면.

▲끔찍하다. 가정하고 싶지 않다. 딜라이브는 당장 7월 말이면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협에 직면한다. 합산규제가 재도입돼 M&A라는 돌파구가 차단되면 채무 연장이 불가능하다.

딜라이브 전체 매출은 5700억원, 이자지급 이전 영업이익이 500억원 가량이다. 차입금은 1조5000억 정도다. 수익은 건실하지만 이자를 지불하면 재투자가 불가능하다.

케이블TV를 인수해 덩치를 키우는 SK텔레콤·LG유플러스와 딜라이브 경쟁은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다. 건실한 기업 딜라이브가 한계기업으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다.

협력사를 포함하면 딜라이브 임직원은 1만명 이상이다. 방송채널사용 사업자(PP), iHQ, 큐브엔터 등 관계사 임직원도 대주주 딜라이브와 운명 공동체다. 딜라이브 운명에 따라 이들 모두 위기에 직면한다.

-독자생존은 어렵나.

▲딜라이브 자체는 건실한 기업이다. 하지만 과거 채무로 이익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환할 수 없는 구조다. 딜라이브 저력과 경쟁력을 성장 동력으로 만드는 건 M&A가 유일한 방법이다.

독자생존은 험난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혁신을 시도했지만 투자 재원이 제한된 상황이라 한계가 있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만큼 거대 통신사와 유효 경쟁은 허구나 다름없다.

딜라이브가 축적한 방송통신 경쟁력을 발휘하는 유일한 수단은 KT가 M&A하는 것 밖에 없다.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중단되길 바랄 뿐이다. 지난 해 6월 3년 일몰된 합산규제를 국회가 부활, 민간기업간의 긍정적 M&A 추진을 차단하는 건 정말 말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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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외부 변수로 M&A 상황이 급반전됐다. 딜라이브가 매각에 어려움에 직면했고, 딜라이브를 인수할 의지가 분명했던 통신사는 철수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황당하다.

딜라이브 임직원은 우수하다. 미디어와 콘텐츠 혁신을 주도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임직원 모두 열정을 쏟았다.

빛이 보일 것 같은 순간에, 합산규제 재도입이라는 변수로 인해 이전보다 어려운 그리고 생존을 위협받게 되는 게 너무 억울하다. 케이블TV 1·2위 모두 매각 대상이 됐다. 딜라이브가 단독으로 무언가를 도모하는 건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실감한다.

2만여명 임직원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대표로서 합산규제 재도입을 죽도록 반대한다.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중단돼 M&A 장애물이 사라졌다고 가정하자. M&A 대상으로 딜라이브 경쟁력은 무엇인가.

▲콘텐츠 생산과 제작, 유통 플랫폼이 단일 그룹화하는 것은 글로벌 트렌드다. 딜라이브는 단순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가 아니라, 7개 채널(콘텐츠) 사업 종사자와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종사자가 자회사 구조로 엮여 있다.

사업구조가 건실하다. 딜라이브는 한마디로 미디어 그룹이다. 딜라이브를 조감도로 본다면, 본체에는 우량 고객이 많은 수도권 제일의 케이블TV 방송플랫폼과 넷플릭스, OTT가 있다.

하부에는 △코메디TV △드라맥스 △큐브TV △라이프유 △AXN △K-스타 등 엔터테인먼트 채널이 있다. 자회사 iHQ와 큐브엔터는 한류문화에 강하다. 김우빈 등 유명연예인도 소속됐다. 독자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다. 자회사는 빚도 없을 뿐만 아니라, 딜라이브 자체로 이익 창출 등 재무구조가 훌륭하다. MSO만의 M&A가 아니라 복합화된, 플랫폼과 콘텐츠가 수직 계열화된 구조를 활용할 수 있다.

-분리매각도 검토하나.

▲딜라이브 계열사는 한꺼번에 미래를 맞이하고 싶다.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안타까울 것이다. 딜라이브는 통신사에 비해 규모가 적을 수 있지만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딜라이브를 M&A하면 글로벌 사업자에 대항하는 경쟁력을 갖추는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 발돋움이 한결 수월할 것이다. 통신사가 딜라이브 자산을 활용하면 된다.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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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산규제가 국가 신인도와 산업 발전에도 도움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무슨 의미인가.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딜라이브를 첫 파트너로 선택했다. 넷플릭스를 도입하면서 기존 셋톱박스에 탑재하지 않고, 휴맥스와 제휴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다. 30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원래 예상은 1만~2만대 수준이었다. 결과적으로 수백억대 매출이 증가했다. OTT셋톱박스와 넷플릭스를 도입하면서 생태계를 구축했다. 넷플릭스를 가입자 확보에만 사용하지 않고 OTT 산업을 조성하기 위해 활용했다. 유료방송 가입자 확보에만 혈안이 된 게 아니라 콘텐츠와 OTT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넷플릭스가 딜라이브를 첫 파트너로 선택한 건 수도권 플랫폼 강점을 믿은 것이다. 구글 운용체계(OS)를 OTT박스에 탑재했다. 딜라이브가 위기에 봉착하면, 결국 글로벌기업과 파트너십 관계가 끝날 수 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은 신뢰받던 국내 미디어 플랫폼이 규제로 인해 한순간에 어려움을 겪는 급격한 변화에 놀랄 것이고, 딜라이브와 제휴 관계는 백지화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국가 신인도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합산규제 자체의 문제는 무엇인가.

▲합산규제는 한마디로 시대에 맞지 않은 낡은 규제다. 합산규제 도입 목적은 시장지배력에 대한 견제다. 케이블TV·IP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플랫폼에만 33% 점유율을 제한하는 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글로벌 미디어 시장은 기기에 기반한 획정을 무시한 채 움직인다.

합산규제는 오직 TV 가입자에 한정된 사전적 시장점유율규제로, 넷플릭스나 유튜브에는 속수무책이다. 반드시 규제를 해야 한다면 글로벌 OTT와 모바일사업자를 포함한 전체 시장을 고려해 통합적으로 해야 한다. 합산규제는 TV에 한정된 낡은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순수한 충정으로 케이블TV 그리고 방송통신 산업 진화와 발전을 가로막지 않았으면 좋겠고, 미래를 바라보고 진행한 회생 노력을 한 것에 대해 국회 등 정책결정권자가 진지하게 고민해줬으면 한다.

나는 손절하는 회사의 대표 입장이다. 경제적 이익을 취하거나, 눈치 볼 것도 전혀 없다. 주주에게 돈을 많이 벌어다주거나 개인의 영달을 취하기 위해서라면, 이렇게까지 반대할 이유가 없다. 딜라이브와 임직원을 살리는 길은 M&A이고, 이를 가로막는 합산규제를 막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다. 합산규제 재도입이 안되도록 무엇이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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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주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내로라하는 회계법인과 미디어 기업에서 재무와 전략을 담당했다.

1993년 안건회계법인을 거쳐 1996년부터 2000년까지 김앤장에서 공인회계사로 일했다.

2000년 플래너스엔터테인먼트 전략담당 상무를 시작으로 iHQ 사외이사와 부사장을 거쳐 YTN미디어와 CU미디어 등에서 대표를 역임했다.

2013년 iHQ 대표이사를 거쳐 2015년 11월 옛 씨앤앰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딜라이브로 사명을 변경했다. 취임 당시부터 M&A를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넷플릭스, OTT, 사물인터넷, UHD 등 혁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정리=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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